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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이었네. 죽은 애기를 끌어안고 애미는 종종걸음으로 어둑한 비탈길 내려왔네. 청소차가 방금 지나간 듯 마른 바람 한 점 휭하니 거리를 쓸고 있었네. 건널목 건넌 에미는 외투자락 잡아당겨 가슴팍 핏덩어리 감추며…… 지하도 계단 앞에서 주변을 훔쳐 둘러보더니 허둥 허둥 또 걸었네. 지친 에미곁을 느릿느릿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고 행인들 자꾸만 눈에 밟혔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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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를 규정하는 이미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지성의 상아탑을 떠올릴 수 있겠다. 인식 체계를 더 넓은 의미로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지성이고, 상아탑은 속세를 떠나 학문과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말을 이른다. 말하자면 지성의 상아탑은 학문과 예술의 몰아 경지로까지 이르는 말이다. 말대로라면 학문의 지고지순한 이상향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또
문화
강승필 편집조교
200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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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즐거움매년 최대 규모의 제작비, 최대의 스케일로 선전되는, 다른 말로 엄청 돈을 쏟아 부은 영화들이 스크린을 점거하면서 영화는 더욱 더 상업성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본전’을 뽑기 위해 가장 안전한 대중적 코드를 추구하고 이는 결국 비슷비슷한 영화들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독립영화 ‘피는 멈추지 않는다’의 김승호 감독(위 사진 좌측)
문화
김은정 기자
200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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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보고 한 가운데의 남성이 다름 아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라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베로네세가 헤라클레스를 한껏 우아하게 치장한 16세기 귀족의 모습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의 선택’ 혹은 ‘갈림길의 헤라클레스’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의 주제는 르네상스의 바로크 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린 소재 중의 하나였다. 호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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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가 처음 꽃이 핀 날은신문이 오지 않았다대신 한 마리 잠자리가 날아와꽃 위를 맴돌았다칸나가 꽃대를 더 위로뽑아올리고 다시꽃이 핀 날은 아무 일도일어나지 않고다음날 오후 소나기가 한동안 퍼부었다- 오규원, ‘칸나’어쩜, 벌써 꽃이 폈네요.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이 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연은 규칙적으로 잘도 돌아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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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이란다. 가사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리듬과 멜로디만큼은 경쾌하다. 그래서 큰 인기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거짓말이 있기 전에 우리는 또 다른 거짓말을 방송과 영화에서 듣거나 보아왔다. 예전에 ‘거짓말’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몸들이 날것으로 생경하게 드러나는 이 영화는, 인간의 성
문화
강승필 편집조교
200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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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갈지 모르는 소박함이 좋아…’ 마치 인디다큐를 표현하는 듯한 이 노래말은 지난 26일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전야제 공연에서 불렸다. 신촌에 위치한 카페 ‘빵’에서 진행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전야제는 밴드 ‘페일슈(Pale Shoe)’, ‘소히’의 공연과 함께 인디다큐멘터리 두 편이 상영되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다큐가 음악과 함께 편하게 관객들에게 다가
문화
김은정 기자
200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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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가 친정 어머니인 안나의 무릎에 앉아 새끼양과 놀고 있는 아기 예수를 끌어 안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피렌체의 산티시마 아눈치아타 수도원의 의뢰를 받아 원래는 제단화로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완성하지는 않았다. 와 함께 다 빈치는 죽을 때까지 이 그림을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 그림 속의 새끼양은 희생 제물을 상징한다. 예수의 사촌이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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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 본 적 없는저 석고 여인 앞에 자주 가는 이유는우선 깎은 듯한 미모에 반하기도 했지만더구나 비너스, 여자임에 어쩔 줄도 몰랐지만더구나 여자, 실오라기 하나 없는 누드! 임에는함께 거닌 적 없는저 석고상 여인 앞에 자꾸 가는 진짜 이유는무명을 걷어 낸 듯 보이는 것만 보겠다시선을 고정한 채저 쏜살같았던 욕망의 집행기관, 손을 감추고저 발랑거렸던 욕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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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커피, 음료 등을 기호(嗜好) 식품이라고 부른다. 커피 매장에 가면 수많은 커피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고객의 구미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까지 있다고 한다. “계피 가루 조금 하고 조금 달콤했으면 하고 생크림은 빼주시고요” 등등 주문대에서 서서 이렇게 주문하는 것이 낯간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
문화
강승필 편집조교
200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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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꽃이 핀다. 소생하는 이 계절에 당신의 가슴에도 다시 파도가 친다면, 당신과 그 혹은 그녀를 봄빛으로 촉촉히 물들이고 싶다면. 그렇다면 만발하는 청춘의 손을 맞잡고 연극 극장을 찾아봄이 어떨까? 자연은 하나님의 작품이요, 문화예술은 인간의 작품이라 했으니, 이번 봄에는 둘 다 함께 만끽해보자.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연극 ‘그남자 그여자’ 속 캠퍼
문화
김은정 기자
200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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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벨라스케스 / DIEGO VELAZQUEZ 1599-1660 / 1656 / 캔버스화, 318x276cm 마드리드, 국립 프라도 미술관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가 왼편의 거대한 캔버스 앞에 서서 작업을 하고 있다. 가운데 뒤편 거울 속에는 스페인 국왕과 왕비가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운데 어린 소녀는 왕녀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초상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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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의 시작이 막장이고 보니 난 어쩜 마침표를 먼저 찍은 문장 아닌지 .막장은, 마침표는 이전의 것을 보여주는 구멍이다 .그 캄캄한 것을 오래 들여다보면 한 세상이 보인다 .이 캄캄한 공사장의 먼지, 이 무수한 마침표를 통해 본다 .오래된 짐승의 알처럼 둥근 마침표 .내 생의 처음이었던 어머니, 그 마침표 .그녀의 검은 눈동자 .한 세상의 아픔이 그득하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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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서적보다는 자기 계발서가 요즘 더 많이 팔린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자기 계발서가 9권이나 포함되어 있다 한다. 자기 계발이 근래 출판 트렌드인가보다. 출판사 언저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표제 잘 뽑은 자기 계발서가 출판사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의 제목을 잘
문화
강승필 편집조교
200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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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가 환경생태공원으로 복원된 후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난지도를 서울의 대표적 쓰레기 매립지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난지도를 가본 사람이라면 생태와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 오수를 처리하던 침출수처리장은 2006년 4월 서울시에 의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로 탈바꿈을
문화
김은정 기자
200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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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야유회를 가고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있으려니 직원들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직원들의 의자에 번갈아가며 앉아 보았습니다. 이렇게 앉아 기안서를 쓰고… 광고 디자인을 하고… 방송뉴스를 쓰고… 여기서 팀장 눈치를 봐가며 주식투자를 했겠지… 등등 느낌이 새로웠
문화
김점용/시인, 객원교수
200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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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기독교 수사학과 능숙한 일루저니즘 기술이 결합하는 흥미진진한 역사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원래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분묘를 장식하기 위해 주문되었다. 왼쪽에 보이는 교황 식스투스 1세는 델라 로베레 가문의 율리우스 파 수호성인이었기 때문에 그려졌다. 성모 마리아의 오른쪽에 그려진 성녀 바르바라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는 날개달
문화
서울시립대신문
200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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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힙합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딱히 이유는 없다. 싸가지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취향의 - 누군가 나에게 취향이라고 말하면 맞는 말이지만 성의 없고 싸가지 없이 들린다 - 문제다. 한때는 힙합 클럽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적도 있었다. 디제이와 힙합 음악에 관한 얘기도 하곤 했다. 이러저러한 경로로 구매한 음반들도 400장 가량 되어간다.
문화
강승필 편집조교
200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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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용맹함이 느껴지고, 치열한 몸싸움이 필요하며, 미국에서 제일 열광하는 스포츠라면 어떤 종목이 떠오르는가? 미식축구가 그 답으로 떠오른다. 과학성·합리성·용감성을 앞세우는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이 계산적으로 만든 스포츠로서 공격과 방어가 나뉘어 있으므로 우연성의 기회가 없는 운동이다. 하나하나의 플레이에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작이 미리 작전에서
문화
유예림 기자
200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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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이 되지 않아 차가운 마루바닥이지만 검도부원들의 도복은 땀으로 홍건이 젖어 있었다. 기합을 내며 상대를 향해 검을 내려치는 기세가 사뭇 무섭다. 매주 3일씩 검도부원들은 체육관 무용실에 모여 검도를 수련한다. 우리대학 검도부는 매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몇 개씩 휩쓸어 오는 명문이다. 지난 추계 대학연맹전 단체전 3위로 입상하기도 했다. 박민영(경영 07
문화
임주혁 기자
2007.12.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