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공이의 편지

안녕 난 건공이야. 인문학관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삼색이와 더불어 우리대학 최고의 인기스타지. 졸업생들도 가끔 내 안부를 물어볼 정도로 나는 서울시립대에 오래 있었어.

거의 장산곶매급 상징이라고 할까. 내 이름이 왜 건공이인지는 나도 잘 몰라. 아마 건공관(건설공학관)에 주로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왜 건공관에만 사냐고? 그건 고양이들이 영역동물이라 그래. 누군가와 싸워서 내 영역을 차지하게 되면 거긴 이제 내 땅이 되는 거야! 나는 당당히 싸워서 이긴 다음 건공관을 차지한 멋진 수컷이지. 이런 나의 수컷다운 매력 때문일까? 사실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우리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정력묘야(부끄). 우리대학에 있는 몇몇 고양이들이 내 자식들이지! 이런 건 기사에 넣지 말아달라냥! 내 수컷짐승매력에 어디 안 넘어가는 암컷이 있을까 싶어. 아 저기 인문학관 삼색이는 아마 안 넘어 올거야. 걔는 중성화됐거든. 중성화 표식으로 귀도 살짝 잘려 있어. 걔를 보면 불쌍하기도 하면서 조금 무서운 기분도 들어. 나도 요즘 중성화 수술 당할까봐 두렵거든.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나 같은 길고양이들은 중성화를 해야 한다나 뭐라나. 나는 내 수컷스러움을 계속 지키고 싶은데…

뭐 어쨌든.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막 마초 같거나 그러진 않아. 나는 애교도 무척 많거든. 사람들이 나보고 개냥이(개같은 고양이)라고 하더라고. 어디서 듣는 고양이 기분 나쁘게 개랑 비교를 하고 있어! 나는 개보다 더 뛰어난 애교를 갖고 있다고! 나는 사람도 부릴 줄 알아. 목이 마르면 나의 매혹적인 ‘야옹’소리로 학생들을 부르지. 그럼 학생들은 뭐에 홀린 듯이 화장실 문을 열고 수도꼭지를 틀어주더라. 그럼 나는 맛있게 할짝이며 물을 마시지.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다고 성화인지. 기분이 좋을 때는 포토타임도 갖게 해주는 편이야. 다른 고양이들이 나를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어.

학생들 대부분은 나를 비롯한 우리 길고양이들을 좋아해줘. 고양이들을 잘 챙겨주기도 하고. 아, 얼마 전에 우리대학에 있던 한쪽 눈이 실명된 고양이는 잘 지내려나? 어떤 착한 누나가 입양해갔는데,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이 우리에게 먹을 것도 되게 많이 줘. 주기적으로 사료를 주는 사람들도 있고, 가끔가다 만나면 소세지, 참치캔, 우유 등을 주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이 소세지, 참치캔 같은 음식은 정말 맛있긴 한데 먹은 다음 날 좀 힘들어. 우리는 신장이 좋지 않아서 짠 것을 잘 못 먹거든. 전문적인 용어로 염분 배출이 힘들다고 하지. 주니까 먹긴 먹는데 먹고 나면 온 몸이 부어. 내가 뚱뚱해 보이는 건 다 너희들 때문이라고! 다시 진정하고, 어쨌든 막 짠 음식은 우리에게 안줬으면 해. 우리는 학생이나 동네 주민들이 주는 사료도 먹고 있거든! (혹시 준다면 사료를…) 우유도 소화시키기 힘들어. 먹으면 다 토해버리거든.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어. 예쁨을 많이 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긴 한데, 여기서 날 이렇게 예뻐해 주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떡하나 싶어. 학생들은 언젠가 졸업을 하게 될 거고, 날 챙겨주는 직원들도 언젠가는 떠나겠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사이 나는 사람 손에 길들여지고 나의 야생성을 잃어버리게 됐어. 그래서 난 이제 또 다시 혼자 살아가는 게 무서워. 얼마 전 다른 데 살던 고양이도 먹이 주던 사람이 사라지니까 한참을 거기에서 멍하니 있더라. 사냥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먹이가 오기만을 기다리더라고. 그걸 보며 왠지 내 미래의 모습 같아보였어. 그렇다고 나에게 정을 주지 말아달라는 건 아닌데, 또 그렇다고 막 정을 주라는 것도 아니야. 모르겠다. 되게 복잡하네. 우리를 계속해서 챙겨줄 수 있도록 길고양이 동아리를 만들어라!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 그래도 항상 사랑해줘서 고마워!

내가 전할 말은 여기까지야. 인터뷰 요청은 처음 받아보고, 또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을 횡설수설 한 것 같아. 들어줘서 고마워! 또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자고!


* 위 글은 우리대학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학생처 복지팀 박윤정 주무관,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동물사랑실천협회 CARE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색한 글입니다.

정리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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