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한 여성이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는가? 처음 이 사건은 일명 ‘캣맘사건’이라고 불리며 길고양이 및 그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에 대한 증오심이 가져온 범죄로 추측됐다. 조사가 진행된 뒤 이 사건은 길고양이 및 캣맘과 무관한 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고양이와 아무 연관이 없던 이 사건은 왜 ‘캣맘사건’으로 불리게 됐을까.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길고양이가 하나의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길고양이

길고양이는 원래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 동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느 골목을 가도 길고양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CARE 손선원 간사는 “고양이에게는 숨는 습성이 있다. 과거에는 여기저기 숨어 다녀 잘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가 개발되면서 고양이의 터전을 사람들이 차지하게 됐고, 고양이가 숨을 곳이 없어진 것이다. 숨을 곳이 없어진 길고양이는 창고 및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과 같은 곳에 숨게 됐다. 이후 길고양이들이 전선을 물어뜯거나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아 시민들에게 반감을 산다. 또한 길고양이에게 발정기가 올 경우 그 울음소리 역시 반감을 사는 요소 중 하나다. 일부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혐오 감정을 느끼고 그들을 학대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길고양이 학대 사례뿐만 아니라 캣맘, 캣대디와 시민들의 갈등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손선원 간사는 “‘캣맘사건’이 일어난 이후 밥을 주고 있는 캣맘에게 어떤 사람이 와서 ‘뉴스 봤냐. 너도 뉴스에서 나온 사람처럼 그렇게 당하고 싶냐’고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실제로 발생한 갈등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손 간사는 “캣맘, 캣대디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및 협박으로 인해 이들은 먹이를 숨어서 줄 수밖에 없다. 새벽에 도둑처럼 검정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몰래 밥을 준다”며 캣맘, 캣대디가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김진희(25) 씨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이 그렇게 이슈가 돼야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불법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고, 단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뿐”이라며 “오히려 언론에서 ‘캣맘사건’이라고 하며 더 과장을 시키고, 이로 인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에 대한 인식만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갈등 해결 위한 서울시의 정책, 아쉬움 남아

길고양이를 둘러싼 여러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 길고양이 지도 구축 사업, 그리고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 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먹이를 제공하기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실시하고 있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현재 서울시내 4개의 공원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주임은 “캣맘들이 주위의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길고양이 지도’ 역시 서울시가 내놓은 사업 중 하나다. 길고양이의 주요 서식지를 파악해 공개하고, 캣맘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자 실시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다음 아고라와의 제휴를 통해 ‘길냥이를 부탁해’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여기서 길고양이 급식소와 길냥이를 부탁해 사업은 모두 중성화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이용하는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길냥이를 부탁해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진행에 따른 지역별 개체 수 현황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중성화 사업은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감소하기 위해 시행됐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길고양이의 중성화 70%를 목표로 한다. 서울시는 중성화 사업으로 인해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위 사업들은 모두 시행상의 미흡함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손선원 간사는 “서울시 정책은 캣맘에 의존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동물을 좋아하니 알아서 책임지고 관리를 하라는 태도에 불과하다. 길고양이 급식소 역시 함께 연계하는 동물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에게 업무를 맡기는 형식”이라고 비판했다. 길냥이를 부탁해 사업 역시 고양이들의 위치가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고양이 불법포획이나 고양이 혐오자들이 고양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손 간사는 “캣맘들 간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는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 소통이 목적이라면 ‘길냥이를 부탁해’는 필요가 없는 사업이다. 이미 존재하는 커뮤니티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고양이를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중성화 사업 또한 중성화 수술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고양이가 죽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거친 고양이는 3~4일 이상 보호관찰단계를 거쳐야 한다. 손 간사는 “중성화 수술은 길고양이 및 시민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긴 하다. 하지만 보호관찰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암컷의 경우 1주일의 보호기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질 좋은 마취제와 항생제를 사용해 수술과 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예산부족 등의 문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고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박아름 활동가는 “예전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없어 길고양이가 학대를 당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길고양이 범죄 문제가 많이 이슈화되고 있는 편”이라며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를 받는 동물이며,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길고양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대처는 아쉽기만 하다. 정책의 미흡함도 문제지만, 홍보 또한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손원선 간사는 “이상한 사업들을 만드는 데 예산을 쓰지 말고, 중성화 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 이를 홍보하는 데 예산을 쏟았으면 좋겠다. 길고양이 관련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홍보 및 캠페인이 절실하다는 것을 서울시가 알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본 지면의 사진은 공모를 통해 싣게 됐음을 알립니다. 사진을 보내주신 모든 학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정수환 선임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