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눈으로 자신의 꿈을 노래하는 사랑만큼 아름다운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꿈이 없는 자신은 사랑하는 이의 그 아름다움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꿈, 꿈이란 무엇일까? 누구에게는 있지만 누구에게는 없는 것, 그래서인지 그(그녀)가 부러운 것, 또 누구에게는 크지만 누구에게는 작은 것, 그래서인지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 사랑하는 이의 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꿈을 조금 더 크고 선명하게 한다. 사랑은 때로 몰랐던 꿈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보여준다.

주인공 ‘츠키시마 시즈쿠’는 말괄량이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금방 상상에 빠져버리는 중학생 문학소녀다. 그녀는 어느 순간 자신이 빌렸던 책들을 자신보다 먼저 읽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자신과 이렇게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며 얼굴도 모르는 그가 궁금해진다. 이윽고 그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이마사와 세이지’,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을 꿈꾸는 남자다. 시즈쿠와 세이지는 서로 같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서로를 의식하고 둘은 이내 사랑으로 이어진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던 이들에게 한 가지 위기가 찾아온다. 바이올린 제작자라는 확고한 꿈을 갖고 있는 세이지를 보고 시즈쿠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시즈쿠는 꿈이 없다.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연인 세이지를 보면서 시즈쿠는 조급해하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 세이지(좌)가 바이올린을 키며 시즈쿠(우)가 자신이 번역한 ‘컨트리 로드’를 부르고 있다

시즈쿠가 세이지에게 느끼는 감정은 부러움일 것이다. 취향이 서로 너무나 닮은 그들이지만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세이지는 자신만의 확고한 꿈이 있다는 것이다. 막연히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자신과는 대조적이다. 시즈쿠에게 있어 세이지는 촉매제와 같다. 시즈쿠는 세이지를 보면서 조바심을 느끼지만 꿈을 찾아가며 성숙하고, 이윽고 자신의 꿈을 찾는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의 분위기는 아날로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화의 서두에 깔리는 음악 ‘컨트리 로드’가 그 분위기를 대변한다. 주인공 시즈쿠는 컨트리로드를 일본어로 번역해 부르는데 그 번역된 일본식 가사에 나타난 그리움의 정서와 감동은 영화의 묘미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그들의 정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따라서 영화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섬세하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이 없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세이지와 시즈쿠가 서로 꿈을 키워나가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며, 한 번쯤 사랑하는 이와 꿈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가 꿈이 없음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 꿈을 만들고 키울 수 있게 하는 지지대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초라하고 빈약한 꿈을 보이는 것은 부끄럽겠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부터가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지 않을까. 서로 경쟁하고 이끌어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기에 우리의 정신적 삶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고 꿈꾸고 노래하라고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말해주고 있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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