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에 다니는 A씨는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써보기도 하고, 매일 밤 몰래 자신만의 상상을 소설로 옮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A씨가 SNS에 남긴 글은 친구들에게 조롱받기 일쑤고, 때문에 자신의 소설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제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이는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설, 시, 평론 등 자유롭게 글을 쓰고, 그 글을 관심분야가 같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글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생 이전형(21) 씨는 “현재 블로그나 SNS 등의 콘텐츠로 글을 쓸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글쓰기 플랫폼’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은 소망의 날갯짓, 글쓰기 플랫폼

요즘 글쓰기 플랫폼들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주)카카오의 ‘브런치’, 출판사 화동율헌의 ‘8MIN’ 등 여러 곳에서 글쓰기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도록 최적의 글쓰기 기반을 마련하고, 그 글들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이들 각 플랫폼의 이름에는 독특한 의미가 녹아있다. ‘브런치’는 계란 하나라도 정성스럽게 구워 보기 좋은 모습으로 내놓는 브런치의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듯 글을 쓴다는 의미다. ‘8MIN’은 8MINUTE의 줄임말로, 하루에 단 8분만 투자하면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글쓰기 플랫폼들은 ‘부담없이 글을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용자들이 글쓰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으며, 등단한 작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작가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음을 강조한다.

브런치는 기존의 블로그들과 다르게 ‘화면 꾸미기’나 ‘이모티콘’을 최소화하고 글을 쓰는 데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주)카카오 황선아 브런치 총괄은 “온라인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작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지만 꾸미기라는 인터넷 글쓰기의 특징을 부담스러워하더라”며 플랫폼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깔끔하게 게시물을 구성할 수 있고, 작가들로 하여금 꾸미기의 수고를 덜어 글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김승환(22) 씨는 “평소 신문과 같은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곤 했지만 원하는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편집하고 창작할 수 있는 나만의 플랫폼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쓰기 플랫폼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다.

 
내 글이 책으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곳’. 8MIN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브런치와 8MIN은 사이버 도서와 현물 도서를 아우를 수 있는 중간매체다. 브런치와 8MIN에는 사이버 매거진 형식으로 매주 글들이 올라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브런치와 8MIN은 각각의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엮어 책으로 출판하기도 한다. 브런치는 ‘북프로젝트’ 공모전을 열고 입상한 작품들을 엮어 책으로 발간한다. 황선아 브런치 총괄은 “당선작은 콘텐츠의 출판 가능 여부, 기획의도, 희소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브런치는 자신이 유명하지 않아도 글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첫 북프로젝트 이후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을 줬다. 출판사와 연계를 강화하고, 출판사가 브런치의 작가를 쉽게 만날 수 있게 관련 시스템도 만들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브런치의 첫 책은 크리스마스에 출간될 예정이다.

8MIN도 매월 동명의 매거진을 출간하고 있다. 화동율헌 임원범 서비스 총괄은 “파워블로거나 작가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8MIN에 초대해 그들의 글로 매거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브런치와 8MIN은 자신의 글을 사이버 매거진이나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 이용자들의 글을 매주 사이버 매거진으로 게시하는 ‘브런치’ 홈페이지
스낵 컬쳐 구석에서 피어나는 바람

글쓰기 플랫폼의 등장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빠르게 지나가는 ‘스낵 컬쳐’ 속에서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작가들은 SNS, 블로그와 같은 종래의 콘텐츠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빠르게 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지, 꾸며진 배경이나 귀여운 이모티콘에 내 글이 묻히지는 않을지 고민한다. 김승환 씨는 “점점 쉽고 빠르고 재미있는 것만 찾는 경향이 늘다보니, 글을 어렵다 생각해 활자를 멀리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브런치의 글은 작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심 분야 뿐만 아니라 관심 작가를 구독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글쓴이는 작가로서 활동하게 되고, 독자는 작가의 팬이 된다.

이와 더불어 글을 천천히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황선아 브런치 총괄은 “읽는 사람의 관심 역시 콘텐츠를 구성하는 큰 요소다. 최근 모바일을 통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재의 콘텐츠가 유행인 한편, 이에 질려 두고두고 읽을만한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브런치를 찾는 독자들은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갈구하는 것이다.

글쓰기 플랫폼은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을 의미 한다. 브런치에서 작가들은 독자의 피드백을 즉시 받을 수 있다. 독자의 관심과 글쓰기 플랫폼이 만나 질 좋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주)카카오 커뮤니케이션 팀의 황혜정 씨는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이기 때문에 브런치의 취지를 반영할 수 있는 신청을 받고 그 중 좋은 글들만 골라야 했다. 따라서 모든 글을 받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전했다. 황선아 브런치 총괄은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브런치이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글쓰기 플랫폼은 글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정원 밖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국승인 기자 qkz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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