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에서 안에서 살아남기

 
경리단길, 대학로, 가로수길 등 의 거리와 북촌, 서촌, 성수동 등의 마을이 뜨고 있다. 하지만 원래 거주하던 주민들은 이곳을 ‘뜨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신사를 뜻하는 ‘젠트리’에서 나온 말로 런던에서 처음 사용됐다. 런던의 노동계급 거주지역에 중·상류층이 고급 주택을 짓고, 이로 인해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노동계급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이처럼 서구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상업, 관광, 문화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낙후된 지역의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예술가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그 지역은 독특한 문화와 개성을 띠게 됐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관광지가 되자 프랜차이즈 간판이 하나둘씩 생겨나며 상업화가 시작됐다. 상업화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이나 예술가들은 결국 자신들이 살아온 지역을 뒤로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프랜차이즈 점포가 차지했고 독특한 문화와 개성은 사라졌다.

 
이처럼 많은 지역들이 인기를 끌었다가 금세 상업화되면서 지역 명소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가장 한국적인 곳으로 알려진 북촌 한옥마을에는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와 이질적인 분홍색의 화장품 가게나 영어 간판이 달린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한편 살던 지역을 떠난 이들은 주변지역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주변지역이 다시 인기를 얻자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홍대에서 연남동으로, 이태원에서 경리단길로, 북촌에서 서촌으로 점점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지역은 넓어졌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점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주민들은 지자체와 협력해 나름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이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과 같은 정책 없이 자연스럽게 개발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또한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개성을 사라지게 하고 획일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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