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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한 오해, 문명충돌론
윤진호 기자  |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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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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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약 130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약 35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제2의 9·11테러로 불릴 만큼, 파리 테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ISIL(이하 IS)는 파리테러를 자신들이 일으켰다고 발표했습니다. IS는 스스로를 ‘이슬람 국가’라고 지칭하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를 가리킵니다. 이름만 이슬람 국가일 뿐 실제로 국가라고 볼 수 없지만,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파리테러는 ‘이슬람’의 공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헌팅턴, 파리 테러 예측했나?

그런데 19년 전, 이런 사태를 예측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하버드 대학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입니다. 헌팅턴은 1996년 자신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마치 오늘과 같은 상황을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기독교문명권과 이슬람문명권이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구는 지난 2001년 이슬람 테러단체에 일으킨 9·11테러 때 한 번 주목받은 이후 이번 파리테러를 계기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헌팅턴의 예측이 현실이 된 셈이니까요.

   
▲ 헌팅턴이 나눈 문명권 지도
서로 다른 문명끼리 충돌할 것

『문명의 충돌』은 냉전 이후의 세계질서를 다뤘습니다. 냉전이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진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던 시기를 일컫습니다.

헌팅턴은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대립하는 냉전시기와 달리 냉전 이후에 ‘문명권’을 중심으로 한 대립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를 크게 유럽, 라틴아메라카, 앵글로아메리가, 이슬람, 힌두, 중화, 일본, 가톨릭 정교, 아프리카 등의 문명권으로 나누고 서로 충돌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헌팅턴은 1992년 소련이 붕괴하고 막 냉전이 끝난 시점에 냉전 이후의 세계 정세를 이데올로기가 아닌 문명이라는 새로운 틀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구 중심적이며 문명을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헌팅턴은 유럽과 앵글로아메리카로 대표되는 서구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주된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헌팅턴의 예측은 냉전 이후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예측을 이슬람을 적으로 간주한 것이라 받아들였습니다. 9·11 테러를 일으킨 빈 라덴이나 파리테러를 일으킨 IS는 이슬람문명 전체와 동일시됐습니다. 서구의 여론은 이런 테러들을 기독교문명에 대한 이슬람문명의 공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심지어 이슬람이 원래 폭력적인 문명이라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테러집단과 이슬람문명은 다르다

하지만 헌팅턴의 입장에서 오늘날 이야기되는 ‘문명충돌론’은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문명충돌론은 기독교문명 대 이슬람문명의 구도로 받아들여져 이슬람문명 전체가 기독교문명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헌팅턴은 이슬람문명 내부의 갈등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11테러 이후 헌팅턴은 “미국이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확대되는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테러집단과 이슬람문명 사이에 선을 그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테러집단을 이슬람문명 전체와 동일하게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는 전 세계 53개 이슬람 국가 중 단지 3개국으로부터만 승인을 받았고, IS 또한 어떤 국가로부터도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포털사이트에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이슬람 테러나 이슬람 IS가 나올 정도입니다. IS와 이슬람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다른 문명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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