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이 여러분에게 색다른 뉴스를 전하고자 한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지난겨울방학 동안 독일 일대를 취재하며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뉴스탐사가 첫 번째로 다룰 주제는 일본군 ‘위안부’(이하 위안부) 문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후 누군가는 ‘어떤 합의보다 잘 된 합의’라고 평했고, 누군가는 ‘제2의 을사조약’이라고 평했다. 분분한 평가 속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가 지난달 20일 별세했다. 이번 뉴스탐사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조금 색다른 사람들과 논해보고자 한다. 바로 먼 이국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편집자주-

▲ 희망나비 해외평화기행단이 체코 프라하의 올드타운 광장에서 위안부 해결을 위한 플래시몹을 진행하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체코 프라하의 올드 타운 광장은 항상 사람들이 붐비지만 그날의 광경은 조금 달랐다. 샛노란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5도. 죽어도 겉옷을 벗기 싫은 날씨였다. 그럼에도 몇몇이 노란색 점퍼 대신 얇은 한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현수막을 펼치고, 커다란 대자보를 바닥에 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대열을 가다듬었다. 삼각형으로 길게 서더니 이내 아리랑이 나오고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프라하에서 볼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었다. 지난 1월 9일 ‘희망나비’는 위안부 문제 해결 및 한일 협상 무효를 위해 프라하 한복판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카드섹션, 뮤지컬 등이 차례로 끝난 뒤 각자 숨 돌릴 틈도 없이 흩어졌다. 집회를 보러 몰려든 외국인들에게 위안부에 대해 설명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기 위해서다. 외국인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던 희망나비 김나진(22) 씨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해외기행을 위해 지난 1월 28일 파리에 도착했다. 바로 그날 한일회담의 결과가 나왔다”며 “외국인들 중 몇몇은 언론을 보고 해결된 것을 축하해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희망나비 김형준 해외평화기행단장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며 처음 협상 타결 소식을 들었을 때를 회상했다. 희망나비는 급히 유인물을 제작하고 해외기행 일정을 조정했다. 한일협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일협상에 대해 김형준 단장은 “군 일부에서 그런 사실이 있었다라고 말한 것은 아주 비열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희망나비에게 허락된 집회 시간은 2시간이었다. 모든 일원들이 2시간 내내 쉬지도 않고 플래시몹을 하고, 외국인들에게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벨기에에서 온 마띠아스는 이들의 서명에 동참했다. 왜 서명에 동참했냐는 질문에 그는  “이 서명을 모아서 UN에 간다고 한다. 나 역시 전쟁기간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알리고 싶다. 이 서명이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표했다.

바닥에 붙은 대자보를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 관광객도 여럿 있었다. 브라질에서 온 캐롤라인과 이반 부부는 “이 사건에 대해 오늘 처음 알았다. 일본인들이 전쟁 기간 중 중국 여자들을 데려갔다고만 알고 있었다”며 “정말 좋은 캠페인이다. 대자보가 다양한 언어로 게재돼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이 더 이상 위안부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해주자 둘은 큰 충격을 받았다. 캐롤라인은 “일본 정부와 군대가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첫 단계”라며 “이 캠페인은 일본 정부가 숨겨왔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왜 희망나비는 굳이 먼 타지까지 와서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그들이 처음 플레시몹을 할 때만 해도 머리속에서는 내내 ‘이렇게 한다고 무엇이 바뀔까’라는 회의감이 윙윙거렸다. 그날 희망나비는 약 150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150명의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중 한 명이라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 후 오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다면 마치 나비효과처럼 어떤 큰 반향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글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사진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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