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수출부진이 예사롭지 않고, 청년실업률은 16년만에 최고치에 오르고, 세계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 형국이고, 북한 핵위협까지, 사면초가로 우리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속에서, 과거 한국사회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의 한 축을 맡았던 교육, 특히 대학교육은 지금 생존차원에서 계열별, 전공별로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빌 레딩스의 <폐허의 대학>은 한국대학이 처해있는 상황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그 타개책을 모색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빌 레딩스의 핵심적인 주장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세계화가 대학의 기능을 변화시켰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결과 오늘날의 대학이 ‘수월성의 대학’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수월성’개념이 의미하는 것은 대학이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 기구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관료체제로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행정’의 일반원칙이 교육과 연구의 변증법을 대체하고, 그리하여 교수생활의 두 축인 교육과 연구가 행정아래 포섭되었다. 그 결과 수월성의 대학은 학문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하나의 ‘기업’이 된다. ‘수월성의 대학’의 학생들은 고객과 유사한 것이 아니라, 바로 고객이다.

학생을 대학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자로 보는 ‘소비자주의’는 국민국가의 쇠퇴로 정치적 주체성의 내용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경제적 대응물이다. 그 결과 ‘상품의 판매상’이 대학의 주체행세를 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한국대학에서 일상이 되었다.

본질적으로 자본담론인 수월성담론에 굴복함으로써,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진리와 정의의 공동체가 아니라, 무의미와 무이념의 텅빈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제 수월성의 함정에서 대학을 구하고, 진리와 정의의 이념을 구제할 길은 없는가? 취업에 주눅든 대학생들에게 희망과 청춘의 특권을 되찾게, 용기를 줄순 없는가?

이처럼 대학 안팎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단기적,국부적인 대증처방 보다는 기본적이고 총체적인 체질개선책이 절실하다.

한국 대학생 여러분, 모두 일어나십시오!!! 여러분은 우선 ‘젊음’이라는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음은 신선함, 열정, 겁없음, 상상력,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도전정신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낳습니다. 좌절을 두려워할망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젊은이의 실패는 치욕이 아니라, FAIL (First Attempt In Learning ; 배우는 과정에서 처음 해 본 시도) 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학은 단지 지식의 학습장이 아니라, 인성의 양육장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의 토대는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란 홀로 설 수 있는 정신적,사회적 능력입니다. 자존감의 함양은 지금과 같은 역사적으로 위험한 시대를 살아가는 고귀한 내면적 능력입니다.

여러분의 도전정신과 자존감이 대학의 존재의의를 복원하려면, 대학을 자본비판의 최후 보루로서, 진리와 정의의 기관으로서의 공적 사명을 복원해야 합니다.
대학생 여러분, 일어나십시오!!! 여러분이 잃을 것은 자본의 ‘소비자주의’일 뿐이고, 얻을 것은 여러분이 주체인 ‘교육공동체’의 실현입니다.


이병혁(도시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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