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시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매립지. 수백 톤의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이곳을 드나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는 더 높고 위태롭게 쌓여만 가고, 매립지 주변에는 마약거래를 비롯해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곳의 주민들 중 ‘카타도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매립지에 있는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카타도르는 “매립지에는 사치품, 성인잡지,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 죽은 아기의 사체 등 온갖 것들이 있다. 쓰레기를 보면 쓰레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 주인이 누구인지까지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 마을에 한 이방인이 찾아온다. 세계적인 예술가 ‘빅 무니즈’가 새로운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매립지를 찾은 것이다. 빅 무니즈는 매립지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카타도르를 예술작품의 모델로 설정하고 이들의 생활을 관찰한다. 빅 무니즈는 재활용품 쓰레기를 재료로 카타도르의 모습을 그려간다.

다큐멘터리 <웨이스트 랜드>는 빅 무니즈와 함께 예술 작업을 하면서 변화해 나가는 카타도르의 모습에 주목한다. 카타도르는 예술작업을 하면서 자신들의 모습도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다는 사실에 자극받고 빅 무니즈의 예술에 매료된다. 대중들도 그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 함께 매료된다. 그 결과 카타도르의 초상을 그린 작품들은 미술품 경매에서 수억원에 거래되고, 쓰레기를 분리하던 그들은 한순간에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 카타도르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빅 무니즈의 작품을 통해 카타도르는 매립지에서 벗어나 매립지를 떠날 기회를 얻는다. 예술을 통해 변한 카타도르들이 새 삶을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는 점점 희망적인 이야기로 흘러간다. <웨이스트 랜드>는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예술작품들과 예술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목격하면서 관객들은 빈곤과 지역개발, 그리고 폐기물 문제와 같은 개발이슈에 관해 고민해보게 된다.

다큐멘터리는 빅 무니즈가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행복한 결말로 종결된다. <웨이스트 랜드>는 쓰레기가 예술작품이 되고 일부 빈민들을 변화시켰다는 기적적 이야기로 보여질 수 있지만 그것은 빅 무니즈에 의해 선택된 ‘일부’ 카타도르만의 이야기다. 카타도르들은 애초부터 가난에 의해 사회로부터 노동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카타도르들은 정직한 노동을 통해서는 매립지에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런 점에서 쓰레기가 예술작품이 되고 일부 빈민들을 변화시켰다는 기적적 이야기는 씁쓸하게 다가온다.

도시가 남긴 탐욕적이고 게으른 흔적들은 멈추지 않고 쌓여간다. 어쩌면 카타도르들이 쓰레기장에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가 남긴 쓰레기 같은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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