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 앞에서 항의 중인 알바노조 조합원들
“내일부터는 나오지 마세요.” 놀랍지도 않다. 해고는 일상이니까. 복학은 꿈도 꿀 수 없고 당장 다음달 방세부터가 걱정이다. 해고가 쉽고 자연스레 이뤄지는 곳. 사장님들은 천국이라 부른다.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알바’천국이다.

“알바 근로자들은 노동 분야의 취약계층이다. 근로기준법이 예외적으로 적용되기도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지난달 20일 신촌에 위치한 알바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박정훈 알바노조위원장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말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이 알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12년 즈음이다. 당시 그는 알바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대다수 야간 알바 근로자들이 대통령 후보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밤에 일하는 야간 알바 근로자들은 낮에 수면을 취해야 해서 뉴스, 신문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제적인 조건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한 셈”이라며 당시의 충격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알바노조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 그는 알바노조를 찾는 사람들을 꼽았다. “황당할 정도로 알바 근로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지각했더니 최저임금 자체를 깎는다던가. 화장실을 가려면 WC라는 푯말을 쓰고 가야 한다던가.”

알바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낮은 수준의 권리.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알바노조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높이려는 운동이 대표적이다. 알바 관련 상담과 노동법 교육도 꾸준히 이뤄진다.

하지만 알바노조 활동은 녹록치 않다. 노조의 강점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보다 강력하게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를 상대로는 협상을 위한 자리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박 위원장은 “대다수의 프랜차이즈는 협상에 응해주지 않는다. 해당 업체의 노조원 수가 적어 무시할 수준이라는 거다. 파업 절차가 복잡하고 인원도 많지 않아 파업도 어렵다. 오히려 업무 방해죄가 되고. 알바노조의 활동이 불법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했다.

조합원 수 확대. 얼마 전 2기 알바노조위원장이 되면서 그가 한 결심이다.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또 일반노조에 비해 거부감이 낮다는 알바노조의 강점을 보다 활용하고자 한다. “알바노조는 젊은 세대 중심이고 알바라는 소재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노조에 비해 열린 마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조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데 이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은 알바노조가 아닐까한다”고 했다.

청년들의 참여가 많은 만큼 일부 대학에서는 알바노조 분회를 두고 있다. 가장 많은 조합원 수를 확보하고 있는 분회는 성공회대 분회다. 약 100명에 달할 정도로 조합원 수가 많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다혜 성공회대분회장은 따로 비결 같은것은 없다며 쑥스러운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대학분회들은 주로 교내와 대학 주변의 상권에서 발생하는 알바 근로자들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성공회대분회에서는 대학에 공문을 보내거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근로장학생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 “근로장학생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편하게 공부하면서 일하는 학생들로 보고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교내 카페가 사라졌을 때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진 학생들을 위해 대학과 맞서기도 했다.

대학은 꿈적도 안했다. 성공회대분회를 정식 노조가 아니라 그저 동아리쯤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 분회장은 “대학 내 알바 근로자들의 대표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교내 노동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날 것”이라며 앞으로의 다짐을 밝혔다.

“화장은 필수고 립스틱은 A업체의 ‘키스를 부르는 립스틱’을 꼭 발라야 돼요”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에게 들은 한 조합원의 이야기다. 그녀만의 경험은 아니다. 많은 여성 알바 근로자들은 근무를 위해 머리망을 하고 스타킹을 신어야 했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을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꾸미기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알바노조는 반기를 들었다. “꾸미기 노동은 여성 알바 근로자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성 상품화”라며 ‘용모 단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슬로건으로 집담회, 기자회견 등으로 꾸미기를 강조하는 알바현장에 맞설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여성 알바 근로자들에게 행해지는 외모차별적인 발언이나 성희롱 등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알바노조는 노조 내부에서 소외 받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주목했다. 박 위원장은 “여성이라는 단어는 노조에서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중장년층의 아저씨를 더 익숙하게 떠올릴 것”이라며 “실제로 많은 노조들이 남성을 리더로 두며 리더가 남성의 영역인 것 마냥 돼버렸다. 알바노조에서는 내부적으로 성 평등 교육을 하고 있고 실제로 대다수 분회의 리더도 여성”이라고 했다. 

‘대학가면 해봐야할 것들.’ 이 리스트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당연 ‘알바’다. 하지만 이제 알바는 청년들에게 더 이상 그저 해보면 좋은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높은 등록금,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 미안한 생활비. 청년들에게 알바는 필수가 됐다. 그럼에도 부당한 처우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젊으니 그저 인생의 좋은 경험으로 삼고 넘어가야만 할까. 알바에게 진짜 천국은 없는 것일까. 양다혜 성공회대분회장은 말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자신의 권리를 알고 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그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글_ 류송희 기자 dtp0214@uos.ac.kr
사진_ 알바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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