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3D프린팅으로 만든 옷, 장식품, 예술작품, 의수
2011년 3월, TED 강연장에서는 연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 농구라도 하고 돌아오면 기절할 듯 아파했던 소년을 레슬링 주장으로 만들어준 기술 에 보내는 찬사였다. 평생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던 루크 마셀라는 “자라면서 항상 보통 애들처럼 사는 것이 꿈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며 자신을 수술해준 앤소니 아탈라 박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대학의 재생의학 연구소 앤소니 아탈라 박사는 3D프린팅으로 단지 바라는 것이 건강 하나였던 소년에게 미래를 선물했다.

평면 아닌 공간에 프린팅을? 3D프린팅의 출격

루크 마셀라를 살린 3D프린팅은 무엇일까? 크리스토퍼 바넷은 저서 『3D프린터가 가져올 미래: 3D프린팅 넥스트 레볼루션』에서 “3D프린터가 작동하는 방식은 오늘날 사무실과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2D 프린터의 논리적 진화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2D 프린터가 잉크로 종이의 표면에 글이나 이미지를 출력한다면 3D프린터는 3차원 공간에 물체를 출력한다는 차이를 지닐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3D프린팅 자체는 1984년 발명된 것으로, 1976년 잉크젯 프린터가 발명된 시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3D프린팅의 기본 원리는 아주 얇은 층을 층층이 쌓아올려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적층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적층의 방식은 12가지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며, 3D프린팅이 적용되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앞선 앤소니 아탈라 박사의 경우는 의료 분야에 3D프린팅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앤소니 아탈라 박사는 잉크 대신 세포를 사용해 인공 장기를 출력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 덕분에 장기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Guide4Blind’ 이벤트 프로젝트는 건축 분야에 3D프린팅을 적용해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관광 경험을 선물하기도 했다. 도시의 대표적인 건물들을 3D프린팅해 시각 장애인들이 직접 만지며 건물의 형태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식품·육가공품 생산, 로봇산업, 화성시의 공룡 화석 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프린팅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대학 3D창작터, 성큼 다가온 3D프린팅

잉크젯 프린터처럼 완전히 가정용으로 자리잡지는 못했기 때문에 3D프린팅이 우리의 일상과 멀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3D프린팅을 이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 우리대학 내에 마련돼 있다. 지난달 2일 출범한 ‘3D창작터’가 바로 그것으로,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창업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1공학관에 19대의 3D프린터를 설치했다. 3D창작터 이용 신청서를 이메일로 접수하고 승인을 받으면 정해진 시간 내 누구나 무료로 3D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다.

3D창작터를 찾아가면 3D프린터에 대한 간단한 교육 이후 실제로 3D프린팅을 해볼 수 있다. 기자 또한 3D창작터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송현균 씨와 함께 몇 가지 제품을 제작해 보았다. 3D프린터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디어 구상을 통해 출력할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물체의 도면을 만드는데, 3D모델링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더라도 인터넷에 있는 도면을 다운받거나 3D창작터에 구비된 스캐너 장비를 이용해 입체 스캔을 할 수 있다. 다만 모델링 시 적층면 사이에 나사를 조립하는 등 힘이 받는 방향을 간과한 설계는 지양해야 한다. 출력 시 수평으로 층이 쌓여 세로 적층면 사이 밀착력은 다소 약하기 때문이다. 또 물체의 하중이 적절히 분배됐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역피라미드형 등 상층부보다 바닥면이 좁으면 물체를 지탱하기 힘들어 출력물이 부서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중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바닥 면적을 유지해야 한다.

모델링 이후 ‘슬라이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모델링으로 제작한 3D데이터를 3D프린팅에 적합하게 변환하는 것이다. 각 층의 적층 방식, 적층속도나 제품의 높이, 두께를 설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슬라이싱한 데이터를 3D프린터에 전송해 프린팅하고, 출력된 제품에 도색 등의 후가공을 거쳐 사용하면 된다. 기자는 3D창작터에서 계란을 보관하는 아이디어 상품을 비롯해 에펠탑 모형, 3D프린팅 액자, 자체 제작한 디자인 상품을 제작했다.

기로에 놓인 3D프린팅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3D창작터 운영 담당자 송현균 씨는 “3D프린터는 특히 시제품 제작에 도움이 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3D프린팅은 다른 방식보다 가격을 더 절감할 수 있다”고 3D프린터의 장점을 설명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재료가 1kg에 2만원대로 거의 한달을 사용할 수 있어 소자본으로 창업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 씨는 개인용 3D프린터를 이용해 아이디어 상품을 제작하는 등 창업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3D프린팅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3D프린팅이 산업 분야뿐 아니라 개인적인 물품 제작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3D프린터가 보급되고 데이터도 제한 없이 공유가 가능하다면 불법적인 물건들이 암암리에 제조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3D프린팅 데이터가 무한정 공유됨에 따라 지적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외에도 국내외 산업 조사보고서 전문업체 IRS Global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3D프린터는 가치없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을 만든다. 그래서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비판한 참여자도 있었다. 송 씨 또한 “아직 3D프린팅한 제품들을 상품화해서 팔기에는 정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제작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기자 또한 검지손가락 만한 크기의 물체를 출력하기 위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기다렸다. 송 씨는 “기기 자체에도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아 3D프린터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조차 3D프린터를 도로 되파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3D프린팅은 현재 혁신과 정체의 사이에 놓여있다. 과연 3D프린팅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3D창작터에서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길 바란다.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참고_ 크리스토퍼 바넷, 이훈·김상태 역,
『3D프린터가 가져올 미래: 3D프린팅 넥스트 레볼루션』, 한빛비즈, 2014.
IRS Global, 『3D프린팅(프린터, 소재) 시장, 기술 전망과 국내외 참여업체 사업전략』, 서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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