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가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새터에서는 처음으로 음주가 제한됐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새터 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다. 2박 3일의 일정 중 첫날에는 음주가 전면 금지됐고 둘째 날에는 맥주 500cc만 허용됐다. 이례적인 결정이었던 만큼 이번 새터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가중되자 조창훈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새터를 다녀온 학생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저알콜 단독 추진, “사실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처음 새터에서의 음주 여부가 논의된 것은 지난 1월 8일 열린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조창훈 권한대행은 각 단과대 회장들에게 새터에서 음주를 허용할 경우 학교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를 골자로 음주 허용과 학교의 지원 중 어느 것을 택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정경대와 경영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가 음주보다는 학교의 지원을 우선시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조창훈 권한대행은 학생부처장과의 협의를 통해 새터 첫날은 음주를 금지하고 둘째 날에는 음주량을 인당 맥주 1캔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학교 지원을 약속받았다. 2차 중운위 회의에서 조창훈 권한대행은 학교 측과의 협의 결과를 알리며 이를 수용할 것인지를 의결했다. 과반수의 단과대가 동의하면서 ‘저알콜 새터’는 윤곽을 갖췄다.

새터에서의 음주 제한을 조창훈 권한대행이 단독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기획과정에 참여한 학과 회장 A씨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A씨는 “기획 과정에서 모든 단과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 기획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음주는 ‘암묵적으로’ 허용됐나

2월 7일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조창훈 권한대행이 암묵적으로 음주를 조장하고 있다는 글이 게재됐다. 실제로 이번 새터 준비단계에서 많은 학부·과는 재학생들에게 주류를 몰래 가져가도록 권했다. 재학생 B씨는 “이번 새터는 들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음주가 허용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은 조창훈 권한대행이 개인적 주류 반입에 대해 “일일이 가방검사를 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티나게 소주를 들고 다니면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 해당 발언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조창훈 권한대행은 온라인 질의에 “해당 발언으로 개인적 주류 반입을 독려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몇몇 학부·과에서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기획 과정에 참여한 단과대 회장 C씨는 “해당 발언에 음주를 독려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A씨는 “정황상 오해할만한 여지는 다분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를 비롯한 여러 학부·과 회장들이 해당 발언을 오해하여 음주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조창훈 권한대행이 상세한 입장을 밝힌 후 재학생을 통해 주류를 반입하려 했던 몇몇 학부·과는 이를 번복했다. 그러나 새터 첫날 약 4개 과가 음주로 적발되기도 했다.

저알콜을 통한 내실화, 성공했나

이번 새터에서의 음주 제한에 대해 A씨는 “안전사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했던 지난 새터들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홍지석 새터 자원봉사단장은 “몰래 음주를 한 학부·과들이 몇몇 적발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규정이 잘 지켜졌다. 과도한 음주는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터 일정 내실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C씨는 “첫날 술을 마시지 않아 둘째 날 오전 일정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새터에 참가했던 신입생 D씨 역시 “새터에서 진행한 대학생활 안내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D씨는 “일정이 좀 늘어졌던 것 같다. 비슷한 공연이 약 5시간 계속됐다”며 새터 운영이 부실했던 점을 지적했다. 새터에 참가했던 신입생 E씨 역시 “음주를 제한한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실제로 기획의도가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라며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다른 알찬 활동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창훈 권한대행은 당초 각 단과대 및 학부·과에게 일정 기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음주가 제한되면서 생긴 일정의 공백을 새터의 취지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C씨는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가이드라인이 제공된 시기가 늦어 이미 기획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창훈 권한대행은 앞으로의 새터에 대해 “내년에도 학교의 지원 여부를 중점으로 음주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15년도에 학교 지원을 받지 않고 새터를 기획했던 경험을 잘 고려해 논의가 신중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성 학생처장은 “앞으로도 ‘무알콜 새터’를 목표로 음주 제한을 고수할 생각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이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생각은 없다. 이번 새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겠다”고 전했다.


전재영 기자 jujaya92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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