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이 없으면 도시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솔로인 것이 위법인 사회. 사랑이 자유로운 감정이나 욕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수단인 사회. 이는 영화 <더 랍스터>에서 설정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다. 터무니없으면서도 우습기까지 한 이 규율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주요 요소다. 솔로가 되면 ‘커플 만들기를 위한 호텔’에서 45일간 숙박하며 이성 혹은 동성과 짝을 맺어야만 한다. 호텔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기한 내에 짝을 맺지 못하면 자신이 선택한 동물로 변하게 된다. 여자든 남자든, 어리든 나이가 들었든 예외는 없다. 영화  <더 랍스터>는 생존을 위한 수단과 법칙이 스크린 밖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우화적인 사회 속에서 주인공 ‘데이빗’이 겪는 일을 객관적인 연출로 덤덤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갑작스레 솔로가 되어 커플 만들기 호텔로 이송된 데이빗은 커플이 되지 못하면 랍스터가 되겠다고 말한다. 랍스터는 100년 가까이 살면서 오랜 기간 번식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호텔의 사람들은 갖은 노력을 한다. 의도적으로 이성에게 접근하는 사람들부터 사랑의 감정 없이 살기 위해 사랑을 연기하는 사람들까지. 기한 내에 커플이 되지 못해 머지않아 동물이 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창밖으로 몸을 던지거나 결국은 동물이 되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데이빗은 사랑을 연기해 커플이 되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연기라는 것이 발각되어 호텔에서 도망친다. 숨 막히는 호텔과 도시를 떠나 데이빗은 숲속의 도망자 무리들의 일원이 된다. 데이빗은 거짓말처럼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지만, 도망자 무리들 역시 호텔과 도시처럼 그들만의 엄격한 규칙을 갖고 있다. 솔로만을 허용하며 무리 내에서 커플이 될 경우 끔찍한 형벌에 처하는 규칙을 가진 도망자 무리. 곧 자신들의 사랑이 숲속의 도망자 무리들 속에서 안전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그 둘은 도망을 계획하게 된다.

▲ 숲에서 도망치는 데이빗과 그의 연인

<더 랍스터>가 그리는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적으로 엄격하게 정해진 규율에 따라야만 한다. 규율은 합법과 불법의 영역에 관계없이 어느 사회에나 다른 목적과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예외는 없다. 규율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에겐 한없이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규율에 영화 속의 인물 그 누구도 주체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덤덤히 받아들이고 수용하거나 도망칠 뿐이다. 영화 속 인물들에게 유일하게 다양하고 자유로운 선택지가 주어질 때는 45일 이내에 커플이 되지 못해 변해야 할 동물을 선택할 때이다. 엄격한 규칙과 규율에 지배받지 않는 동물이 되고나서야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자유를 되찾는다. 우습고 황당하게만 보였던 영화 속 규율들과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단지 생존을 위한 방식만이 다를 뿐 영화 <더 랍스터>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돋보기가 아닐까.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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