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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영역까지 진출한 SNS, 친근함과 공정성 사이
윤진호 기자  |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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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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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영감님께 계속해서 1패를 안겨드릴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공공부문 SNS활용과 관련한 상을 휩쓴 부산경찰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던 퍼거슨 축구 감독의 말을 보란 듯이 뒤집은 것이다. 부산경찰 같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책은 읽지 않아도 페이스북은 꼬박꼬박 보는 기자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찰도 정치인도 사용하는 SNS

박소은 기자(이하 박): 페이스북에서 정청래 의원을 팔로우했다. 정치인들의 SNS는 지루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팔로우해보니까 재밌더라. 의정활동과 관련된 정보도 있고 청년실업 같은 이슈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나와 코드가 너무 잘 맞았다.

윤진호 기자(이하 윤): 부산경찰과 서울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심히 보고 있다. 특히 부산경찰 페이지는 웬만한 유머 페이지보다 낫다. 명색이 공공기관인데 이정도로 친근해져도 되나 싶을 정도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다. 태어나서 딱 한번 부산에 가본 내가 부산경찰 페이지는 하루에 몇 번씩 보고 있다.

박: 재미도 있지만 역시 SNS의 장점은 소통이다. 평소 우리나라 정치에 내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SNS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정치인에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가 한창 진행될 때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정치인들이 발언중 자신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읽어주기도 했다. 행정에 대한 피드백도 가능하다. 서울시가 기획한 축제 홍보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 축제에 다녀온 시민들이 너무 복잡하고 즐길거리가 부족했다는 후기를 댓글로 쓰곤 한다. 서울시도 이런 시민들의 의견을 담당부서에 전달하겠다며 댓글을 남긴다.

SNS 관리자들의 미숙함

윤: 공공기관이나 정치인의 SNS를 보면 장난이 과하다 싶은 댓글이 보이기도 한다. SNS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SNS가 유행이다 보니 공공기관이 앞다퉈 SNS를 사용하고, SNS 관리자들의 미숙한 점도 부쩍 많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박: 많은 정치인들이 SNS를 활용하는데 익숙하지 않다보니 보좌진이 대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계정들은 특히 선거철에 많이 등장한다. 들어가 보면 대부분 일방적인 홍보글이 전부다. 때로는 타임라인을 뒤덮은 홍보글이 공해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생길 정도다. 소통이나 정보제공의 목적보다는 선거유세 등 홍보에만 초점을 맞춰 오히려 홍보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다.

윤: 많은 지방자치단체 페이스북 관리자들도 미숙한 건 마찬가지다. 홍보 포스터 이미지 파일을 그대로 올린다. 실제로는 큰 종이에 인쇄하니까 상관이 없지만, 스마트폰에서 보려면 화면을 확대해서 봐야 한다. 불편하고 글씨가 깨지기도 해서 잘 안 보게 된다.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보내도 반응이 없다. SNS를 개설하는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

박: 그렇다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부산경찰 SNS 관리자는 현직 경찰이라고 한다. 정치인 SNS도 전문가가 만든 화려한 게시글을 올리는 계정보다 투박하더라도 정치인이 직접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아주는 페이스북 계정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결국 얼마나 보기 좋게 만드느냐 보다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의 문제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큰 파급력

윤: 최근 부산경찰이 14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페이지에 용의자의 사진을 공개했다. 4만명이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이슈가 됐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게시글이 내 친구들의 타임라인에도 보여진다는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파급력이다. 단순히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수사에 SNS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경찰은 경찰이다. 사람들이 부산경찰 페이지를 너무 가볍게만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박: 트위터에 ‘소라넷하니...?’라는 계정이 등장한 적이 있다. 불법 성인 사이트인 소라넷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사람들에게 “소라넷하니?”라는 공개 트윗을 보내는 계정이었다. 트윗을 받은 계정에는 여당 대표나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계정도 있었다. 단순히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무조건 팔로잉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칫하면 다른 팔로워들에게 소라넷 계정의 글이 노출될 수도 있었다. 정치인이나 공공기관 SNS는 파급력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

윤: 인간적이고 믿을 만한 구어체를 사용할 것,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 것, 시민의 메시지에 즉각 답할 것, 시민이 먼저 팔로우하지 않으면 접근하지 말 것. 영국 공무원 SNS 활용지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른 공공기관이나 정치인들도 이렇게 자신의 파급력을 고려하면서 SNS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리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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