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호 1번 ‘더가까이’ 선본의 조창훈 전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의 선거운동을 지난 9일 금지시켰다. 권한대행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날 오수빈 대의원회의장 역시 조창훈 씨의 공식적인 사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칙에 권한대행 사퇴에 대한 조항이 없어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자 11일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3개의 후보들의 경선이 치러진 탓인지 학생들의 관심은 컸다. 학생사회 곳곳에서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 이러한 사태는 일련의 ‘해프닝’으로 치부되나 보다. 학생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지 않았다. 해프닝은 우발적 사건을 뜻한다. 해프닝 속에는 우연이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충분히 고민하고 이번 사태를 우연으로 치부했나.

학생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충분히 노력했다. 학생사회는 노력했다. 그것은 노력(No力)이다. 진짜 노력(努力)은 없었다. 사실 없었던 것은 노력뿐만이 아니다. 권한대행 사퇴에 대한 세칙이 없어 이번 논란이 발생했음에도 지난 15일 열린 임시대의원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 대의원회의에는 이번 사태에 다소 책임이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학생은 대의원회회의에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문점을 왜 초기에 해명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당시 현장에서 들린 대답은 “여론이 아닌 개별 학생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꼈다”였다.

부실한 회칙도 우연과 함께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부실한 회칙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학생 사회를 괴롭혔다. 특히 지난해는 회칙의 해였다. 권한대행의 권한이 회칙에 명시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지난해 가장 큰 이슈였던 경영대 학생회비 횡령 사건도 부실한 회칙과 관련돼있다. 하지만 부실한 회칙은 개정이 쉽지 않다. 정족수 미달로 학생총회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경대처럼 아직까지 회칙이 없는 자치기구도 있을까. 해프닝 치고는 그 빈도가 잦은 편이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정말 해프닝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연한 경험으로부터 우연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우연은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호에서도 지면을 빌려 권한대행 사퇴문제를 다뤘다. 지면 한 장의 무게는 가볍지만 그 내용은 가장 무겁기도 하다. 우연 또한 마찬가지다.


최진렬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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