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이 치러졌다. 바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다. 경기를 중계하던 바둑기사들은 알파고의 수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알파고의 수가 ‘악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파고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선의 수를 뒀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자신의 수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한 번의 선택으로 사람의 생명이 결정되는 의학 분야, 수많은 사람의 이해득실이 얽힌 정치 분야에서 한 번의 악수는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 째 뒤바꿔 놓는다. 알파고는 때때로 인간보다 나은 선택을 할지는 몰라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무게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알파고는 무책임하다.

그렇다면 이번 학생자치기구 재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충분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투표소 곳곳에서 선거시행세칙을 어긴 점이 발견됐고, 선거 진행의 미숙함으로 무더기 무효표가 나왔다. 물론 그런 문제들이 투표 결과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투표 과정에서 절차는 곧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걸 지키기 위해 선관위가 존재하는 것 아니었던가. 사람이 진행하는 일이니, 악수도 둘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선택이 어떤 무게를 지녔는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선거운동 및 투표기간 동안 선택과 악수에 대해 단 한 번의 사과도 하지 않는 선관위의 모습은 알파고의 민낯을 보는 듯 했다. 오는 11월에 있을 2017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는 이번과 같은 무책임한 모습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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