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똑같은 얼굴의 도플갱어가 어느 날 갑자기 당신 앞에 찾아온다면? 그 도플갱어가 당신이 짝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훔친다면? 영화 <더블: 달콤한 악몽>은 이러한 상상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사이먼 제임스는 작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남자다. 사이먼은 7년간 일한 회사의 경비원에게조차 기억되지 못할 만큼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그런 회사원이다.

그런 사이먼에게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생겼다. 자기와 똑같은 얼굴과 옷차림을 한 남자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름도 사이먼 제임스를 거꾸로 한 ‘제임스 사이먼’이다. 사이먼의 도플갱어 제임스가 회사에 들어온 뒤부터 사이먼의 불행은 시작된다. 제임스는 사이먼과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지만 성격은 정반대이다. 소심한 사이먼과 달리 제임스는 활발하고 위트 넘친다. 매력적인 그는 회사의 모든 동료들로부터 인기를 끌게 된다. 회사 사람들은 존재감 없는 사이먼을 제임스와 비교하며 깎아 내리기도 한다.

사이먼은 자신과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은 대조적인 제임스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사이먼과 제임스는 이내 함께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매력적인 성격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제임스와 달리 사이먼은 짝사랑하는 한나에게 데이트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 사이먼은 제임스에게 한나의 마음을 얻는 법에 대한 조언을 구해 실천에 옮기지만, 한나는 오히려 사이먼에게 다가와 제임스를 소개시켜달라고 말한다. 

사이먼은 자신의 도플갱어 제임스에게 점점 자신의 삶을 뺏겨간다. 심지어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제임스가 사이먼의 자리를 대신한다. 제임스는 사이먼의 삶에 침범해 그의 존재 자체를 없애가고 사이먼은 자신의 존재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괴로워하며 어두워진다. 

▲ 너무나 똑같은 모습의 사이먼(좌)과 그의 도플갱어 제임스(우)

영화는 사이먼은 어둡게, 제임스는 밝게 비춤으로써 영상미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극단적으로 나뉜 빛과 어둠을 통해 주인공과 도플갱어를 분간한다. 또한 영화 <더블: 달콤한 악몽>은 영국 영화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음악을 사용한 것도 독특하다. 영화의 엔딩곡 신중현의 ‘햇님(김정미 보컬)’은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묘한 여운을 선사한다.   

영화 <더블: 달콤한 악몽>의 사이먼과 제임스는 사실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제임스는 사이먼의 또 다른 자아, 즉 분신이다. 분신은 사이먼의 정체성을 점점 뺏어 결국 본래 모습을 잃게 만든다. 현실 속 우리도 또 다른 사이먼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 제임스라는 가면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여 지기 위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낸 분신이 원래의 나를 점점 없애가고 있지 않을까.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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