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

▲ 전시포스터
광화문역에 내리면 한껏 도발적인 표정을 짓고 야릇한 몸짓을 한 마돈나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전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의 포스터다. 오래 바라보기 민망한 포스터를 따라 세종문화회관 1층에 들어서니 마돈나뿐만 아니라 데이빗 보위, 리차드 기어 등 당대 유명인들이 한껏 멋을 부린 사진들이 서있었다.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입구에는 유명사진가 허브릿츠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지인들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브릿츠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이었는지, 그러면서도 모델들을 얼마나 돋보이게 했는지를 영상을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숨어있는 매력을 끌어내준다.’ 영상에서 쏟아지던 지인들의 증언들을 곱씹으며 관람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보았던 리차드 기어의 사진을 비롯해 멜 깁슨 등 유명인들의 섹시한 자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나친 섹시함에 민망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니 허브릿츠가 투박한 직선보다는 유려한 곡선을 살려 남성의 몸을 찍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브릿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배우 미셸 파이퍼에게 턱시도를 입히고, 콧수염과 나비넥타이를 안겨줬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자신의 외모가 연기에 장벽이 된다고 느낀 미셸 파이퍼는 허브릿츠의 사진을 통해 스스로의 장벽을 허물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완전히 무의미해졌음을 ‘토니와 미미’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얼핏 봤을 때는 알몸의 두 남성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 서로를 끌어안은 모습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인물의 무릎 위에 올라서 있는 인물은 남자고, 그를 지탱하고 가슴에 입을 맞추고 있는 인물은 여자였다. 남성의 체격을 가진 여성 보디빌더 ‘미미’를 통해 성별의 구분을 무너뜨린 허브릿츠의 탁월한 감각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 허브릿츠가 촬영한 덴젤 워싱턴(왼)과 신디 크로포트(우)의 잡지 표지사진
엄밀히 따지자면 두 ‘남녀’가 알몸으로 붙어있지만, ‘토니와 미미’는 마냥 선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작품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알몸 사진이 나열된 벽을 오가다보니 모델들의 자세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오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나 나올 것 같은 몸매를 더욱 매력적이게 부각시키는 것은 바로 ‘빛’이었다. 허브릿츠는 인공이 아닌 자연광을 이용해 몸의 질감이 더욱 아름답게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허브릿츠는 물과 모래, 바람을 함께 이용하기도 했다. 모래를 몸에 묻혀 보드라운 살결과 대비시키기도 하고, 진흙을 굳혀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도 하며 모델이 지닌 매력을 한계치까지 끌어내기도 했다. 촬영을 할 때 최대한 가볍게 장비를 갖추고 다정하게 모델을 대했기 때문일까. 허브릿츠가 누드를 요구했을 때 세계적 모델 스테파니 세이모어, 나오미 캠벨을 비롯한 여러 스타들은 스스럼없이 옷을 내려놓았다.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주는 허브릿츠 덕분에 마돈나도 마음껏 춤출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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