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는 버려진 방수포로 만들어진 가방을 평소에 메고 다닌다. A씨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함께 버려진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복합 상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최근 A씨처럼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쓰임새를 불어넣은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든 업사이클링 제품. 그렇다면 업사이클링이란 대체 무엇일까?

▲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만들어진 가방 프라이탁(왼쪽) 바비자투리 나무로 만들어진 시계(오른쪽)
원래 가치보다 UP시켜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

업사이클링이란 사용하지 않는 물건·폐기물 등에 새로운 용도를 부여해 더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만드는 활동을 일컫는다. 물건을 재활용한다고 해서 늘 그 물건의 용도가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비해 물건의 가치가 떨어져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를 보완한 개념이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질 예정이었던 물건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본래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얻는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는 약 100곳으로 추산된다. 이 중 50%가 신생 업체로 업사이클링 산업은 빠른 추세로 성장하고 있다. 업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을 좋아한다는 소비자 이건희(21) 씨는 “지금 메고 있는 건 프라이탁 바비고, 집에 프라이탁 마이애미도 갖고 있다. 업사이클 과정을 거친 가방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좋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서울시는 다음해 1월 준공을 목표로 서울재사용플라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업사이클 디자인 전시회인 ‘동대문 자투리 전’에서 업사이클링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장 지킴이 정수희 씨는 “주말이면 하루에 800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대문의 오래된 시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형광 라이터 의자였다. 버리면 쓰레기일 뿐인 다 쓴 라이터를 모아 만든 의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LED 장미 정원에 둬도 될 정도로 감각적이었다. 관람객 홍민기(30) 씨는 “처음에 전시회 이름만 들었을 땐 낡은 느낌이거나 억지스러울 거라 생각했다. 막상 와서 보니 감각적이고 세련돼 놀랐다”며 소감을 전했다.

▲ 다 쓴 형광색 라이터를 모아 만든 의자(왼쪽) 버려진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서프보드(오른쪽)
버리는 마음, 만드는 마음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모아나루 공방으로 향했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서프보드 전문 공방을 연 후 업사이클링을 생활 속에 녹인 심재훈 씨와 윤하진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처음에 입사 동기로 만났다고 한다. 차례로 퇴사한 후 함께 긴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 북한산 자락의 한 가게를 임대했다. 그간 관리가 되지 않았던 곳이라 우편함이 없었다. 집 주인은 새 우편함을 달아주겠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공간이라 무분별하게 소비하기보다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은 버려진 나무로 우편함을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업사이클링을 시작했다.

공방은 업사이클링 물건들로 가득했다. 버려진 옷걸이 및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탁자, 나무 난간으로 만들어진 의자, 자투리 나무로 만들어진 시계 등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듯했다. 심재훈 씨는 “우편함을 계기로 주변에 버려진 것들을 주워와 업사이클링 물건을 만들고 있다. 서프보드를 만들다보니 작업 후 생기는 자투리 나무들이 업사이클링의 주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심 씨와 윤 씨가 보여주는 것처럼 업사이클링을 실제로 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 씨는 “가정용 공구함만으로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공방을 열었다”며 “우리나라에선 업사이클링조차도 공방에 가서 비싼 돈을 내고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심 씨와 윤 씨는 업사이클링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영상을 따라하면 누구든 업사이클링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재료도 구하기 어렵지 않은 편이다. 윤 씨는 “어떤 물건이 필요하다 싶으면 쓰레기장에 가 나무를 주워와 만들곤 했다. 그냥 지나치면 잘 보이지 않는데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찾으려 하면 곳곳에서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업사이클링의 매력 중 하나다. 낙하산을 가방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것처럼 창작자의 상상에 따라 결과는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스스로 만든 업사이클링 물건들엔 단순히 구입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애착이 생긴다. 한 씨는 “이걸 만드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 물건을 함부로 다루거나 쉽게 버리지 않게 된다”며 “불필요한 소비 또한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이 생활화된 이후로 한 씨와 윤 씨는 물건을 보면 물건의 가격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그 물건을 어떻게 하면 직접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게 됐다. 업사이클링이 생산과 소비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공방에 다녀와 밀린 대청소를 시작했다. 마무리하고 나온 쓰레기 봉투를 세어보니 무려 일곱 봉지였다. 이 작은 방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2013년 발표된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1인당 1일 생활 쓰레기 배출량은 0.94kg에 달한다. 우리는 너무 많이 소비하고, 너무 쉽게 버리고 있다. 쓰던 물건이 조금이라도 망가지면 아무렇지 않게 버리곤 한다. 그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갈까. 소비 홍수의 시대에 업사이클링은 책임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글·사진_ 박소민 수습기자 livelively1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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