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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세운상가 다시 세우기
박미진 기자  |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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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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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 따라 종로 3가 방향으로 걷다보면 주변의 고층 빌딩과 어울리지 않는 빛바랜 낡은 상가들을 볼 수 있다. 이 건물들은 1980년대 서울시의 도시정비 계획에 따라 주상복합 형태로 지어졌다. 바로 세운상가다. ‘세상의 모든 기운은 이곳으로 다 모여라’는 소망을 담아 이름 붙여진 세운상가에는 7~80년대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세운상가는 청계상가, 대림상가, 현대상가 등 8개 건물로 종로 4가에서 충무로까지 이어져있다. ‘전자 산업의 메카, 세운상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시아 최고급 주상복합 세운상가로 오세요’ 등 오래된 간판에서 과거 세운상가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많은 가게들의 문이 닫혀있었다. 닫힌 가게의 창 안쪽으로 먼지 쌓인 브라운관 텔레비전, 휴대용 카세트 등이 진열장에 놓여있었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세운상가 내부는 어둡고 어수선했다. 건물 각 층에는 100개 가량의 소규모 상점들이 밀집해 있었고, 가게 사이의 좁은 통로에는 빈 박스가 쌓여있었다.

“학생, 거기 장사 안하니까 올라가지마.” 위층으로 가려 계단을 오르는데 경비원이 출입을 제지했다. 세운상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나대균 씨는 “전자제품을 파는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많은 상인들이 이곳을 떠났다”며 “남은 가게도 영업이 활발하지 않다. 구경하는 사람이 몇몇 있을 뿐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30년째 세운상가에서 장사했다는 김흥태(60) 씨는 “여기에는 수십 년씩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이 있다. 장사가 안되지만 다른 곳으로 떠날 여유가 없어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곧 복원사업이 진행될 세운상가 본관
상가 위쪽에 있는 아파트는 영화배우, 정치인 및 유명 연예인들이 거주했다는 고급 아파트였다. 그러나 상가의 위층으로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앞 주민 게시판에는 곧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게시물만이 붙어있었다.

2동 3층에는 상인들이 이용하는 식당가가 있었다. 그릇을 놓기도 좁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상인들이 몰려있었다. 그들은 곧 진행될 공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상인 A씨는 “5년 전에는 재개발을 한다고 건물을 철거하더니 최근에는 끊어진 상가들을 이어 복원 사업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상인 B씨는 “복원사업 과정에서 다리를 만들어 상가를 연결시킨다고 한다. 다리가 생겨 상가가 이어진다고 사람들이 찾아와 상가가 예전처럼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공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상인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다”며 “저렴한 월세 덕에 간신히 여기서 버티고 있다. 혹여라도 월세가 오를까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공사를 앞두고 다리가 설치될 구역에는 곧 공사가 진행되니 영업을 중지해달라는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깜깜한 복도 저 멀리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시장협의회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시장협의회 이상원 사무국장은 “복원사업으로 임대료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세운상가에서 진행된 재개발 사업에서 일부 상점이 상인들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철거됐었다. 이를 목격해온 온 상인들은 복원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서울시에서 건물주와 상인들의 의견을 모으려 해도 이를 수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가 2동에서 나와 세운상가 재정비 당시 상가 건물을 철거해 만든 초록띠공원으로 갔다. 공원을 산책하던 종로구 주민 고광태(92) 씨는 “지금은 세운상가가 죽어있다. 하지만 과거 전자산업의 신화를 일으키고 도시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모습은 건물 곳곳에 남아있다”며 “다시 세운상가 신화를 부흥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무작정 철거시키기보다는 잘 복원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밝혔다.

상가를 지나 청계천에서 상가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 흉측한 건물이 한때 마음만 먹으면 탱크도 뚝딱 만들어 냈다던 세운상가야.” 청계천을 지나는 시민들이 세운상가를 보며 얘기를 나눴다. 서울 전자 산업을 주름잡았던 세운상가는 어느새 아무도 찾지 않는 도심 속 흉가로 전략하고 말았다. 세운상가와 상인들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길 바라며 세운교를 건넜다.


글·사진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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