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대학원생 A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임신사실을 알게 됐을 때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2011년 A(33)씨는 아이를 가졌다. 대학원 입학이 확정되고 임신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눈앞이 깜깜해 졌다. 임산부가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휴학을 하지 않고 임신한 몸으로 학교를 다녀야했다. 당시 A씨가 속한 대학원의 많은 여자 대학원생들은 학업을 위해 육아를 포기하거나 육아를 마친 중년 여성이었다.


“저를 가로막고 있는 건 악조건들입니다”

아이를 낳은 A씨는 학교 화장실에서 유축을 해야만 했다. 학교 내 ‘학생맘’들을 위한 시설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세균이 가득한 비위생적인 화장실의 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지독한 냄새가 나고 남들의 볼일 보는 소리가 들리는 악조건 속에서 유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A씨는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아이가 조금 큰 후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었지만 곧 포기했다. 대학원생은 직장인이 아닌 전업주부로 분류돼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 계속 다른 ‘워킹맘’이 들어오다 보니 점차 순위가 뒤로 밀렸다. 처음에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11번이었지만 나중에 100위권으로 밀려났다.


“육아와 학업…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요”

만약에 아이가 없다면 A씨는 주말에도 공부를 할 수 있다. 아이가 제법 컸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공부하러 나가는 것은 어렵다. 가족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집에 있으면 육아로 인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결국 학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A씨의 주변에는 육아를 아예 포기하고 학업에 전념해 3~4년 만에 학업을 끝내는 학생맘도 있다. 선택은 두 가지다. 아이를 보고 싶으면 학업을 잠시 미루고 5~6년간 대학원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육아를 포기하고 3~4년 안에 대학원 과정을 끝내야 한다. A씨는 천천히 가는 것을 택했다.


“주변의 눈치가 보입니다”

엄마 대학원생들은 고정된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주변의 눈치를 봐야한다. 돈을 벌지 못하면서 육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A씨는 스스로 자괴감을 느낀다. 경제적인 부분이 부담스러운지 A씨는 시부모님들이 속으로 ‘네가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아들이 더 여유롭게 덜 힘들게 살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진 않을지 괜한 눈치가 보인다. 아이를 맡기고 오는 A씨의 마음이 무겁다.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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