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에서 해외대학으로 파견된 교환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환학생은 총학생회칙상 선거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해외에 있지만 신분은 재학생
선거권 있지만 투표는 못 해

지난 학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파견된 국제관계학과 A씨는 이번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선거권은 본 회의 재학생으로 당해 학기 등록을 필한 자로 한다’는 선거시행세칙 제2장 5조에 따라 우리대학에서 외국대학으로 파견된 모든 교환학생들은 선거권을 가진다.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우리대학 재학생 신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총학생회장 선거와 정경대 학생회장 선거에 모두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선거인 명부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A씨를 비롯한 교환학생들이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투표소 8개가 모두 교내에만 설치됐기 때문이다. 교내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를 하는 방법 이외에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처럼 교환학생들은 선거권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투표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교환학생은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A씨는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당연히 선거권이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선거권이 있음에도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교환학생들은 매년 약 300명에 달한다. 이번 2016년도 학생자치기구 재선거의 총학생회 정족수가 9022명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대안은 모바일투표?
예산·보안문제로 쉽지 않아

최혁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장은 "교환학생들이 선거권을 가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학생처에서 받은 선거인명부에 교환학생이 따로 구분돼있지 않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교환학생들이 투표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를 시행하면 해외에 있는 교환학생들도 투표가 가능하다.

모바일투표는 지난 2012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처음 시행됐다. 당시 김종포 선관위원장은 “모바일투표 도입 덕에 해외에 있는 교환학생들도 투표가 가능해졌다”고 모바일투표의 도입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2015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까지도 모바일 투표가 진행됐다.
지난해와 이번해 선거에서는 예산 및 보안문제로 인해 모바일투표가 시행되지 못했다. 학생처 안용휘 주무관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셋이나 출마해 후보들에게 지원해야 할 예산이 늘었다. 모바일투표는 업체에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위탁해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부·과에서는 투표율에 큰 타격
회칙 바꿔 교환학생 제외시키기도

투표율 미달로 인해 선거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은 매년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부·과 선거마다 반복해서 발생한다. 지난해 선거에서 정경대는 연장투표까지 실시했음에도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됐다. 이번에 시행된 선거에서도 공과대가 연장투표를 실시한 끝에 선거 성사 투표율 기준인 40%를 넘길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환학생들이 정족수에는 포함되지만 투표를 할 수 없어 선거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수가 적은 학부·과 선거에서는 교환학생들의 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유권자수가 약 300명인 국제관계학과에서는 매년 약 30명이 교환학생으로 파견된다. 유권자의 약 10%가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제관계학과 학생회 이재성 회장은 “국제관계학과의 특성상 많은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파견된다. 이 학생들이 모두 정족수에 포함돼 투표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여기에 취업 혹은 인턴으로 인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까지 더해지면서 선거 성사 투표율 50%를 넘기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국제관계학과는 지난 10일 열린 학생총회에서 선거 성사 투표율 기준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어문화학부의 경우 사태는 더 심각하다. 학년 별 정원이 약 25명인데 매년 약 30명이 교환학생으로 파견되기 때문이다. 한 학년은 투표를 아예 하지 못하는 셈이다. 중국어문화학부는 회칙을 개정해 교환학생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고 있다. 단과대나 학부·과 선거는 총학생회 선거에 적용되는 선거시행세칙이 아닌 자체적인 정관을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어문화학과학생회 이효장 회장은 “현실적으로 교환학생들을 정족수에 포함시키면 선거 성사 투표율을 넘기기 어려워 회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대학의 모든 재학생들은 총학생회칙에 따라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 학교 측과 선관위는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다음 선거인 2017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는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교환학생이 파견될 전망이다.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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