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머니는 최소한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고 말씀도 잘 하셨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 조금은 덜 죄송해졌다. 명색이 지식인으로서 그동안 세월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세월호 침몰 직후 벌어진, 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 어느 하나도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일어나선 안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임하고 있다는 자조감은 본인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개한 벚꽃 같은 아이들 300여 명을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음에도 손도 대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모두가 지켜보았다. 어머니들의 얘기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후 무엇을 했나? 사고의 원인을 규명했나? 아니 규명하는 일에 관심은 가지고 있었나?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의전만 챙겼던 모습을 반성하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크게 목소리를 내본 적이 있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최소한 고통당한 이웃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라도 했던가? 정부가 유가족들을 적대시 하고 자식을 돈으로 바꾸는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그대로 허용하고 있는 우리가 과거 80년대 그토록 열심히 민주화와 정의를 외쳤던 그 사람들이 맞나? 이번 총선은 세월호 2주기 3일전에 치러진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번 총선에서 세월호에 대한 반성과 대책들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한다. 그런데 총선 후보 어느 한명도 이를 얘기하지 않는다.
지난 6개월을 일본에서 연구년으로 지냈다. 그곳 매스컴에서는 사회안전에 대해 논의하면서 종종 세월호를 언급한다. 함께 보던 일본 친구들이 왜 구조가 안 이루어졌고, 또 이후에 뭐가 좀 달라졌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본인은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대형사고가 줄줄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아무런 대책도, 책임자도 나타나지 않는 그런 미개한 나라의 국민으로 비춰지겠지.
유가족들은 곧 끝나게 될 특별조사위원회가 앞으로 특검의 형태로 계속되도록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별로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싸움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어머니들의 얼굴에서 어떤 믿음과 소신이 보였다. ‘진실’이란 게 언젠가는 밝혀지는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자식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갖게 되는 소명의식일 것이다. 이런 이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손 한번 잡아주는 것이 네이쳐(Nature)지에 논문 열 편을 싣는 것보다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