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이공계를 대표하는 주요 대학 5곳이 연구의 단기성과와 양적평가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정부의 연구 선정 및 평가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서울대, 고대, 연대, 카이스트, 포스텍 5개 대학은 정부의 연구 지원기관들이 한국의 연구수준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 논문 게재 건수 같은 정량적 지표 등으로 연구를 평가해왔으며 이러한 평가 방식이 과학기술계의 질적 정체를 야기했다고 비판하며 공동선언문을 제출했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유명 과학자들이 과학 연구성과를 ‘논문영향력(Impact Factor)’ 등으로 계량 평가하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한 샌프란시스코 선언의 한국판인 셈이다. 이들 대학은 전체 연구비의 60~80%가 정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계량적 평가 시스템 내에서는 획기적인 연구가 시도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미래부는 5개 대학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것을 발표했다. 30년간 실시한 양적 평가 방식으로는 노벨상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현실에 공감하고 연구의 질적 성과에 초점을 두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이공계 연구 방향에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서로 연대하여 정부 연구지원 기관을 향해 용감하게 공동선언문을 제출한 이들 연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물론 샌프란시스코 선언문에서 힘을 받았겠지만 굳게 잠겨있는 철문 같은 정부기관을 향해 개혁을 요구한 이들의 시도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태도일 것이다.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서도 아무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쑤군거리면 우리는 이내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는 몇몇이 삼삼오오 모여 연대하면 그 이슈는 공론화가 되고 이것이 혁신과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주변을 돌아보자.

불합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있는가? 5개 대학의 이공계 교수들이 연합하여 큰 목소리를 내고 연구 평가에 개혁을 이루어 낸 것처럼 이제는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공공의 힘을 모아 개혁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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