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두 번째 봄 - 그리움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날에>

▲ 故김건우(4반) 군의 어머니 노선자 씨의 작품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몇몇 사람들은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이하 세월호 참사)를 기억 속에 묻어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시 ‘두 번째 봄 - 그리움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날에(이하 두 번째 봄)’에서는 아직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안산생명센터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유가족들, 특히 희생자들의 어머니들은 자원봉사하는 강사들로부터 공예, 그림 등을 배우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봄에서는 유가족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만든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회장은 실제로 유가족들이 평소 직접 작품을 만들던 공간이다. 안산생명센터 변옥경 센터장은 전시를 소개해주며 “지난 2014년, 센터를 열었을 당시에는 어머님들이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계셨다.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머님들은 센터에서 여러 가지 작품을 만들었다”며 “어머님들의 마음이 점점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놀랍도록 밝아지셨다”고 말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만든 양초 공예품
빌딩 2층에 위치한 전시회장을 방문하기 위해 빌딩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벽면에 게시된 세월호 관련 활동 사진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마저 올라 전시장 내부에 들어섰다. 자그마한 공간 속 전시돼 있는 모든 작품들이 저마다 어떤 얘기를 해주는 듯했다. 유화 작품들, 양초, 수제비누, 한지공예품들, 직접 디자인한 팔찌와 에코백 등등. 얼핏 보면 평범한 그림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각각의 작품들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큰 사건을 겪고도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작은 일조차 견뎌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중 벽 한 구석에 전시 돼있는 한 작품이 시선을 붙잡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故김건우(4반) 군의 어머니 노선자 씨의 그림이었다. 그녀가 그린 그림들을 한 곳에 모아 만든 작품의 가운데에는 故김건우 군의 사진이 있었다. 투박한 그림 속 故김건우 군의 미소는 그의 어머니 노선자 씨의 작품을 어떤 그림보다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이 작품과 함께 제시한 메시지가 있다. ‘물에 물감이 떨어지면 색이 퍼지는 것처럼 내게 색을 입혀 준건 동감하며 마음 보태주는 사람들이었다. 꽃도 나무도 살아 예쁘게 보이는 세상을 보았다. 예쁜 것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살아있구나 한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들은 상처를 받았다. 억울한 그들의 희생에 국민들은 엄청나게 분노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충격은 기억 저편에서 흉터처럼 가시지 않고 남아있다. 치유는 또 다른 치유를 낳는다. 전시회를 통해 그들의 작품을 보며, 한 구석이 답답했던 나의 마음도 치유가 되고 있었다.

 


글·사진_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