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라디오 프로그램 ‘박하사탕’을 녹음하는 모습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성덕선(혜리)과 그의 친구들은 한 이불 속에 옹기종기 모여 이문세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고 있다. 그들은 친구인 바둑기사 최택(박보검)의 승리 소식을 듣고 기뻐하기도 하고 신청곡을 듣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들처럼 주변 친구의 소식을 라디오를 통해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마을 라디오’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각 동네마다 설치된 마을 라디오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라디오다.

새로운 라디오의 등장, 마을 라디오

‘마을 라디오’라는 신개념 라디오의 등장으로 라디오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을 라디오는 '마을미디어 주민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마을미디어 주민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도록 교육, 공간,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라디오, 신문, TV, 잡지 등 여러 미디어를 직접 만들게 함으로써 마을공동체의 소통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마을 라디오는 여러 미디어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라디오는 다른 매체와는 달리 녹음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운전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며 라디오 너머로 동네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마치 이웃의 수다를 듣는 느낌으로 말이다. 주로 팟캐스트를 통해 송출되는 서울의 마을 라디오는 현재 24개 방송국에서 제작이 되고 있다.

많은 마을 라디오 중 홍대 거리가 있는 마포구 마을미디어는 지역성을 살린 방송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인들의 거리로 유명하다는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곳의 라디오방송국 마포FM은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홍대 인디 뮤지션들과 진행한다. 마포FM의 프로그램 ‘게릴라디오’를 진행하는 밴드 ‘호랑이아들들’의 리더 조성민 씨는 “마포FM이 활성화 된 이유는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비틀즈에 대해서 다루거나, 홍대에 어떤 주말 공연들이 있는지 안내를 할 때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다”며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특유의 분위기가 이 라디오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도 마을 라디오가 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동대문구에도 마을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온 동네에 방송(ON-AIR)을 한다는 의미를 가진 ON동네 방송국이다. ‘팟빵’이라는 팟캐스트로 방송되는 ON동네 방송국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구연 프로그램부터 동대문구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소개하는 ‘동대문을 열어라’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들이 전파를 타고 동대문구 곳곳으로 송출되고 있다. ‘백C의 라디오하뭉’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필희 씨는 “라디오의 제목은 ‘백수같은 CEO와 함께 라디오를 통해 하루만 뭉치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분들은 자기의 얘기를 10분 동안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경상남도 거제도에서 살고 있다. 라디오 녹음을 위해 ON동네 방송국으로 오는 데만 4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먼 거리임에도 ON동네 방송국에서 라디오 녹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동대문구 마을 사람들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먼 거리를 올라올 만큼 동대문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재밌다”고 말했다.

마포FM이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간 것처럼 ON동네 방송국도 지역 특색을 살린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N동네 방송국에서 방송국장을 맡고 있는 김광호 씨는 동대문구 만의 특색으로 젊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서울시립대학교,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동대문구에는 여러 대학들이 있다. 단순히 동대문구 주민들이 참여한다라는 의미를 내세우기보다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로 방송을 제작할 계획이다. 대학생들이 방송에 직접 참여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공감과 소통의 새로운 미디어 문화를 주도하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제가 한 번 출연해보겠습니다

정말 라디오 방송에 직접 출연할 수 있을까? ON동네 라디오의 홈페이지를 통해 출연 신청을 할 수 있다. 기자는 ON동네라디오의 ‘박하사탕’이란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보았다. ‘박하사탕’은 대학생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전공에 대한 소개를 하며 시시콜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대학과 가까운 외대앞역에서 5분 정도를 걸어가면 ON동네 방송국 녹음실을 찾을 수 있다. 녹음실에 들어가 라디오 장비를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 ‘긴장하면 안 되는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녹음 시작 하겠습니다” 담당 PD의 말이 있은 후, 시그널 음악이 나오자 난생처음 라디오 출연을 하는 것이 실감돼 무척이나 긴장이 됐다.

라디오 출연이 긴장되는 것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박하사탕 첫방송을 진행하는 DJ박하 씨도 무척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전문 DJ가 아니기에 긴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대학 학생 게스트와 경희대학교 학생인 DJ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앞에서 라디오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동대문구라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아 흥미로웠다.

“학교자랑을 해 주세요”라는 질문에 나온 대답은 흔하고 흔한 것이었다. “등록금이 싸다는 것이…” DJ박하 씨는 당황하지 않고 우리대학의 벚꽃이 예쁘다고 거들어줬다. 이후 기자는 전공인 영어영문학과 소개와 신문사 활동에 대한 소개 등 대학생들이 묻고 답할 수 있는 이야기를 DJ박하 씨와 나눴다.

녹음은 계속 진행됐고, DJ박하 씨의 계속되는 질문에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큰 실수 없이 녹음을 마쳤다. 긴장을 많이 해서 방송이 잘 나올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차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라디오에서 했던 마지막 말은 “마을 라디오는 ‘대화의 통로’ 같다”였다. 물론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라디오를 듣고 댓글을 남기거나 사연을 보내는 방법으로 우리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는 것은 어떤가. 혹은  라디오에 출연을 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ON동네 방송국에 연락해보라.


글_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사진_ ON동네 방송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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