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피어나는 도시인문학

 
도시인문학연구소가 『서울의 인문학 ? 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이하 서울의 인문학)을 서울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2월 발간했다. 도시인문학연구소 이성백 소장은 “서울시도 도시의 발전에 있어 인문학적인 도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기대 속에서 도시인문학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서울의 인문학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 인문학에서는 12명의 전문가들이 12가지의 시선으로 서울을 새롭게 조망한다.

서울의 인문학은 도시인문학을 서울 곳곳에 실제 사례로 적용하며 독자들에게 인문학적 시선을 갖기를 요청한다. 이 소장은 “저자들에게 가장 먼저 부탁한 것이 ‘쉽게’ 써달라는 것이었다”며 “독자들이 쉽게 써진 서울의 인문학을 읽고 독자 나름대로의 인문학적 시선을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집필 당시 주제 선정에서부터 쉽게 읽혀야 한다는 목표가 반영됐다. 집필에 참여한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신수정 교수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화나 소설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주제들을 꼽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인문학 중 수원시정연구원 정수진 도시디자인센터장이 집필한 ‘청계천, 서울의 빛나는 신전’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청계천과 DDP를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이어 DDP의 바탕이 되는 ‘디자인 서울’ 정책이 서울을 단장하고 도시 경쟁력을 올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뿐, DDP가 위치한 동대문의 장소성과 동대문이라는 지역이 쌓아올린 역사적 층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서울의 인문학은 독자들로 하여금 도시인문학이 어렵고 먼 주제가 아니라 쉽고 가까운 일상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서우석 교수의 「「강남스타일」이 노래한 강남」은 서울을 바라보는 기발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가수 싸이의 지난 앨범들을 따라가며 ‘강남스타일’이 유행하게 된 이유를 색다르게 분석한다. 싸이는 자신의 노래에 강남 토박이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주거공간에서 소비 공간으로 변화한 강남의 모습이 자연스레 싸이의 노래에 녹아든다. 소비가 새로운 가치로 각광받는 흐름을 타고 ‘강남스타일’이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다. 

도시인문학연구소는 인문학적 시선을 가지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인문학적인 시선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친 거리, 공간, 현상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서울의 인문학’ 총괄 기획을 맡은 도시인문학연구소 조세형 교수는 “사실 학문의 영역은 중요치 않다. 내가 배운 것들을 현실에 반복적으로 대입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도, 바라보는 방법도 쉽게 쓰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서울의 인문학’, 주목해볼 만하지 않을까.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