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기동 골목에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경희대로 4길은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통학 및 출퇴근 골목이자 주민과 상인의 삶의 터전이다. 지난 1일 이 골목에서 두 번째 ‘회기동 골목축제'가 열렸다. 봄 날씨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좋을 만큼 따뜻했고 교복을 입고 만우절을 즐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회기동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골목길

회기동을 특별한 거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회기동 사람들’이다. ‘회기동 사람들’은 그 이름처럼 모두가 회기동에 사는 사람들만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회기동 거리 문화 기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번 골목축제를 준비했다.

이 축제는 활발한 거리문화를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골목을 지나다니는 지역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 간의 소통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회기동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주최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우대식 교수는 “이 골목은 회기역으로 연결돼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렇지만 골목의 주민과 상인들의 관계는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이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축제를 기획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축제 당일 회기동 골목은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종 부스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거리에는 학생, 회기동 상인, 플리마켓 상인 등이 함께 부스를 준비했다. 상인들은 악세사리 판매, 타로 심리상담, 초상화 그리기 등 약 50개의 부스를 준비했다. 이외에도 ‘회기동 사람들’이 준비한 필사, OX퀴즈, 딱지치기 대회 등의 코너도 있었다. 연인들이 팔씨름 대회를 함께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부스 수익금을 비롯해 이 축제에서 생긴 수익금 중 10%는 지역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에 쓰일 예정이다.

길거리 한편에서는 기타 소리와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공연인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무대였다. 버스킹 무대에서 연주되는 곡들은 곧 축제의 배경음이 됐다. 따뜻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인가 봐’를 불렀던 경희대 어쿠스틱 밴드 소모임 ‘노래누리’ 회장 김주영(22) 씨는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한 축제에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축제에 이어 이번 축제에서도 ‘회기동 사람들’의 팀장을 맡은 변아영(22) 씨는 “지난해 축제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고쳐나가는 방향으로 준비했다”며 “특히 지난번에는 많은 부스팀들이 참여 신청을 하고 오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팀들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골목축제’로 만들어가는 회기동의 변화

이번 축제에는 회기동 주민과 인근 학교 학생 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곳의 축제를 즐기던 중학생 진혜진(16) 씨는 “팔씨름과 딱지치기 등에 참여하면 추억의 먹거리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25년간 이 골목을 통해 출퇴근했다는 김현미(50) 씨는 “인사동의 길거리를 보는 것 같았다. 조금은 부족한 점도 있지만 ‘회기동 골목축제’가 더 큰 문화축제가 되면 좋겠다”고 바뀌어가는 길거리 문화에 대해 평했다.

축제를 즐겼던 것은 회기동 주민들과 축제를 보러온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상인들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해나갔다. 골목길 한복판에 위치한 라면가게에서는 독백 콘서트가 진행됐다. 독백 콘서트는 배우의 독백과 피아노 반주의 조화를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라면가게 사장, 박정호(49) 씨다.

박 씨는 학생들이 준비한 축제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골목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주체가 돼 거리를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직접 거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견했다”며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가게를 빌려주기로 했다”고 학생들을 돕게 된 이유를 말했다. 또 앞으로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 씨는 “토요일은 우리가게 휴무일인데, 이런 날을 이용해 장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장소 제공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박 씨의 가게 외에도 다양한 가게들이 ‘회기동 골목축제’에 참여했다. 대부분의 카페와 음식점들은 축제를 맞아 할인된 서비스를 제공했고, 축제 당일이 만우절이었던 만큼 교복을 입고 온 사람들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축제의 소문을 듣고 오게 됐다는 대학생 곽진원(21) 씨는 “처음에는 주변 가게들도 축제에 참여하는 줄 몰랐다”며 “주변 가게에도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회기동 사람들’의 변아영 팀장은 “향후 행사를 진행해 나가면서 이 골목의 특색 있는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회기동 골목만의 정체성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녀의 바람처럼 ‘회기동 골목축제’가 계속 소통의 장으로 나아간다면 회기동 골목도 홍대나 신촌 거리와 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_ 이동연 수습기자 rhee352@uos.ac.kr
사진_ 회기동 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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