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유류품 세탁 행사 진행 중인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
화창한 날이었다. 2년 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눈물을 흘렸는지 잊어버린 것만 같은 하늘이었다. 이 때문인지 안산시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마주한 노란 리본에 자꾸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곳에서 ‘416기억저장소’의 김종천 사무국장은 기자가 찾아간 그 날도 어김없이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이하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억을 모으고 있었다.

아픔 그대로의 보존이 필요해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시민들이 만든 단체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아픔과 그 아픔을 만들어낸 사회의 잘못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김종천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304명을 잃었고 이들의 죽음에는 교육의 책임도 있다”며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따랐던 학생들은 희생됐고, 함께 있던 교사들 중 단 한명도 상황판단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들에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학생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어기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것이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고 기억해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416기억저장소에게 있어 기록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인 셈이다.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 사무국장은 유가족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형 그대로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최근 존치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은 ‘단원고 기억교실’에 대해서도 416기억저장소는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국장은 “단원고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 교실을 사용했던 학생들이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을 가장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교실을 폐쇄한다는 것은 교육을 행하고 있는 학교에서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이다. 또한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소수가 입은 피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 학생들과 그 유가족을 존중하지 않고 다수의 입장만을 따라 단원고 기억교실을 없앤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록은 단순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증명과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자유와 권리를 가르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제 한 걸음 뗐다.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다”. 사무국장은 416기억저장소가 그 동안 걸어왔던 길을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공간의 부족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416기억저장소의 약 40만 건의 기록 중 방습, 방화가 마련된 공간에 보관된 기록의 건수는 약 300개뿐이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기억저장소에서 약 5명만이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두 배 이상의 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시민이 기록의 주체가 되길

지난 1일 세월호 합동분향소 뒤편에는 주인 잃은 옷들이 빨랫줄에 널려있었다. 옷에서는 향긋한 향기가 났지만 여기저기 녹이 슬고 물들어 버린 파란 바닷물은 감출 수 없었다. 이는 416기억저장소에서 진행한 ‘304명의 유류품·유품 시민의 마음으로 닦다’ 행사에서 세척한 유류품들이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416저장소에서 지난 12월 진도군청으로부터 가져왔다. 행사 담당자인 박은수 416기억저장소 기록팀원은 “정부에서 보관하는 물품들은 일정기간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폐기된다. 유류품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유가족이 나타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탁 현장에는 녹색, 빨간색 등 자원봉사자들의 색색의 조끼가 눈에 띄었다. 세탁한 유품의 곁을 지키던 이들은 “내 빨래”라고 부르며 혹여 빨래가 날아가지 않을까, 잘 마를까하며 소중히 다루고 있었다. 

이번 행사와 같이 416기억저장소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기록 역시 홈페이지에 기증하는 형식을 통해 416기억저장소의 구성원, 유가족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록이 시민의 주체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무국장은 “국가나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기록을 직접 남긴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다. 사회를 시민 중심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416기억저장소는 시민들이 기억저장소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그 행보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글_ 류송희 기자 dtp02143@uos.ac.kr
사진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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