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인증제 개편 계획과 교환학생 수의 증가로 외국어강의 증설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괄적인 외국어강의 증설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어인증제 개편과 교환학생 증가 외국어강의 증설 요구돼

우리대학은 졸업자격인증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도 입학생부터는 졸업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영어인증제와 봉사시간인증제를 모두 만족해야 한다. 이 중 영어인증제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영어 성적이 요구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정 학점 이상의 외국어 강의를 수강해도 졸업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개편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각 학부·과마다 일정 수의 외국어강의를 개설하도록 정책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문섭 교무처장은 “학부·과마다 매학기 3개의 외국어강의를 개설하는 방향으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교육원에서도 교환학생 수의 증가를 이유로 외국어강의 증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대학으로 파견되는 외국인 교환학생은 지난 1학기부터 계속해서 증가했다. 국제교육원 김소희 코디네이터는 “국제교육원에서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외국어강의를 늘렸다. 하지만 교환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강의를 듣기를 원한다”며 “학부·과에서 외국어강의를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제화 시대에 당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이번 학기에 전체 학부·과에서는 총 56개의 외국어강의가 개설됐다. 외국어강의를 개설한 학부·과에서는 외국어강의 개설에 긍정적 입장이었다. 최경욱 경제학부장은 “국제화 및 외국 교환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할 때 외국어강의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 교수생활을 오래한 교수에게 외국어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권성훈(행정 11) 씨는 “국제화 시대에 대학에서 외국어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어강의의 수가 지나치게 많지만 않다면 학생들이 충분히 수강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전공학부를 제외한 35개 학부·과 중 20개 학부·과에서는 외국어강의를 개설하지 않았다. 외국어강의를 개설하지 않은 학부·과에서는 대체로 외국어강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A학과장은 “외국어강의는 글로벌 역량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 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며 “실제로 외국어강의를 진행한 타대학에서는 해당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차지홍(경영 14) 씨는 “외국어강의를 들었을 때 낯선 전공 용어를 외국어로 들으니 강의 내용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어강의가 강의 방식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이종환 철학과장은 “외국어로 강의를 하면 정보전달의 수준에 그칠 수 있다”며 “타대학에서 외국어강의를 진행해 봤지만, 토론은 한국어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외국어로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화 역량강화에는 동의 신중한 접근 필요해

대부분의 학부·과에서는 국제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외국어강의 개설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자연 영어영문학과장은 “외국어강의를 확대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담당 교수가 강의의 목적을 고려해 외국어강의가 필요할지 따져 결정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어강의 개설 여부가 정책적으로 결정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영어영문학과장은 “학생들의 가장 부족한 부분은 외국어로 글을 쓰는 것”이라며 “외국어 글쓰기는 대규모 강의에서 가르치기 어렵다. 외국어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외국어실력이 향상되기를 원한다면 외국어강의의 경우 소규모 강의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A학과장은 “모든 학부·과에서 일괄적으로 외국어강의를 개설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견 수렴은 물론이고 외국어강의 확대에 대한 선택적이고 시범적인 운영을 통해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강의 외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역량강화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철학과장은 “철학과의 경우 학기당 한 번씩 외국인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하기도 한다”며 “비교과 과정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기르는 것도 한 방법”임을 전했다.

외국어강의 개선안은 오는 5월까지 학내 의견수렴 및 잠정안 준비의 과정을 거친다. 이어 8월 최종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교무처장은 “외국어강의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학부·과 및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