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타카 프로젝트의 투어를 진행중인 가이드 후셈
난민들이 낯선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제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난민 여성인 마야를 만났다. 콩고 국민이었던 그녀는 어느 날 스파이라는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게 됐다. 결국 그녀는 우리나라로 정치적 망명을 오게 됐다.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그녀는 “예술 활동을 하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내 문화를 그린 그림을 사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일부를 공유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음도 알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마음의 힘을 얻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난민들이 문화적 격차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화가 오히려 난민들을 위한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야처럼 낯선 곳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난민들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독일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의 입구 한편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이드와 관광객들, 박물관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같았다. 하지만 아랍어로 이뤄지는 그들의 대화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당 가이드와 10명 남짓한 관광객이 함께 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펼쳐진 다소 이질적인 풍경은 ‘물타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물타카 프로젝트는 이라크, 시리아의 난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진행하는 박물관 투어다.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이라크, 시리아 난민들인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보데 박물관, 독일 역사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 물타카 프로젝트는 중동 지역 혹은 이슬람 유물, 독일 역사 자료, 유적들을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난민들에게 단순히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난민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독일에서 그들의 유물을 접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독일 역사 박물관을 통해 독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난민들에게 낯설기 만한 독일을 보다 쉽게 받아드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타카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로버트 윈켈러씨는 “물타카는 만남과 교환을 의미한다. 난민들이 독일, 이라크, 시리아의 역사가 교환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르가몬 박물관에는 고대, 중동지역, 이슬람 유물이 현지에서 출토된 모습으로 재건돼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바빌론의 성문인 ‘이슈타르의 문’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수 있었던 이슈타르의 문은 박물관의 한 벽면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청색, 백색으로 어울어진 벽돌들과 더불어 이슈타르의 문에 새겨진 황금색의 성스러운 짐승들이 화려함을 자아냈다. 그 거대한 위엄과 공존하는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니었다. 난민들도 이슈타르의 문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질문도 쏟아져 나왔다.

가이드의 설명은 난민들의 눈높이와 그들의 입장에 맞춰 이뤄졌다. 실제로 난민들은 가이드와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며 열정적인 토론을 펼쳐나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이드도 난민이기 때문이다. 물타카 프로젝트에서 가이드는 난민들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난민들이 거부감 없이 투어에 참여할 수 있고, 난민들에게 가이드라는 직업으로서의 기회도 제공해주고 있었다. 로버트  윈켈러 씨는 “물타카 프로젝트는 난민으로부터 이뤄진 난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로 활동 중인 난민들은 건축, 경제, 미술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띠고 있다. 때문에 박물관의 유물들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가이드들은 교훈적이고 재미있는 설명을 할 수 있는 박물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물타카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내내 투어를 지켜보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이들은 전혀 개의지 않고 난민들을 같은 관광객으로 받아드리고 함께 박물관을 관람했다.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물타카 프로젝트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글_ 류송희 기자 dtp02143@uos.ac.kr
사진_ 김태현 기자 taeh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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