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에서 맞이하는 몇 번 되지 않는 학기 동안, 필자가 가르친 학생들은 필자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고,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귀한 존재들이었다. 그 중 자신의 내면과의 오랜 싸움으로 지쳐 길을 잃은 듯한 도시행정학과의 한 학생과의 만남은 필자에게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졸업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깊게 고민해 보는 기회를 주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위해 재학 중에 전공, 외국어 및 컴퓨터 관련 능력 등과 같은 일반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졸업하기 전이나 졸업 후 사회로 나가 다양한 측면에서 삶의 힘겨움을 겪을 때 그것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줄 방법들을 배우는 것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보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마다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필자는 우리 학생들이 대학생활 동안 ‘나’에 대한 배려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함양하기 위한 방안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학점을 못 받는다고, 얼굴이 좀 못생겼다고, 체형이 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졸업한다고… 등등의 이유로 우리 학생들은 ‘나’의 존엄을 훼손하며 ‘나’를 구박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이런 태도는 미래에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 못 들어갔다거나, 취업이 늦어진다거나, 또한 다른 많은 경우에 ‘나’를 괴롭히는 요인이 된다. 이렇게 ‘나’를 배려하지 못함으로 인해, 더욱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타인에게 무관심하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나’가 존재하는 이 사회에 대하여 무관심 내지는 적대적인 감정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필자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구하는 ‘용기’에 그 시작이 있다고 본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행정학과의 학생은 자신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학과 및 학교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나름대로 다시 무너지지 않게 노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학생의 용기와 그 이후의 노력은 필자에게 또 다른 중요한 배움이 되고 있다.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용기’ 다음으로 ‘나’에 대한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나’에 대하여 배려하는 마음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 초, 매 분, 매 시간, 매일, ‘나’를 구박하고 괴롭히는 그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하며, 이는 매우 큰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몇 년을 연습하면 우리 학생들은 서서히 ‘나’를 구박하고 미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나’를 배려하는 마음을 얻게 되면, 우리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극복해내는 강인한 회복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를 배려하게 된 우리 학생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배려하는 진정한 시대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태화(도시행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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