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단과대 회장으로서 학생 자치문제의 긴급을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작성했다. 그 대자보는 학생회관에 내 이름을 걸고 써붙어졌다. 그러나 학생회관 학생게시판, 그것이 내게 허용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우리 단과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건물 내 공간은 간단히 허락되지 않았다.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서 내용을 검토받아야만 했고, 이는 검열과 비슷한 과정처럼 느껴졌다.

타 대학에 가니, 학생게시판에 정말 많은 대자보들이 붙어있었다. 길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학생게시판을 따라 그 대자보들만 읽어도 무엇이 학교의 현안이고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각 건물 내에도 학생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게시판이 존재했다. 그곳에는 타인의 간섭은 배제된 여러 자유로운 의견이 공존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다른 외침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그런 공간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생회관 게시판은 구석진 곳에서 이목을 끌지 못한다. 중앙로 같은 곳에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끄는 것 또한 아니다. 유일한 학생게시판의 유일한 대자보.

나의 외침은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텅 빈 학생게시판에 유일하게 붙여진 대자보는 외롭게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 대한 강한 외침, 학내 문제에 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그러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없다면, 우리의 공간은 어디인가.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멈추지 않는다. 공간이 없기 때문에 표출되지 않는 것인가, 표출하지 않기 때문에 공간이 없는 것인가.


이형수(경영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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