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은 학생이자 연구조교, 수업조교, 행정조교로 불리며 대학 내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학업과 근로를 병행하며 학내에서 겪는 고충은 심각하다. 연구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 45.5%가 언어·신체·성적 폭력, 차별, 사적노동, 저작권 갈취 등 부당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좁은 대학원 사회 내에서 신분을 밝히고 고충을 토로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대학 차원에서 적극적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극적인 대학의 대처에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이하 전원협)가 입법운동에 나섰다.

대학원 문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전원협은 대학원생들의 인권침해와 부당대우를 방지하고자 고등교육 정책 입법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제안한 정책에는 ▲대학원 평가 실시 ▲평가 지표에 대학인권센터 설치여부, 대학원생 권리장전 존재여부 등을 반영 ▲대학원 학생자치 지원 ▲학과별 정보공개 ▲교육비용 합리화가 포함됐다.

전원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생회 강태경 회장은 “학생회 차원에서 학내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변화를 일으키기 쉽지 않았다”며 “대학원생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평가를 실시한다면 대학이 이를 방치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교육 정책에는 대학원 내 은폐되어 있는 문제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학원생들이 겪고 있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 대학원생들은 학내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전원협은 인권, 근로성 인정, 대학원 조직지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의제를 확장했다. 경제적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대학원 운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대학원생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연구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 중 89.7%는 무직상태이고 이중 65.1%가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내에서 조교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원생 조교는 수업을 보조하고 연구실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분명 학습 이외의 업무를 하지만 근무시간이나 업무강도에 비례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 활동이지만 장학금 형태로 임금이 지급돼 학업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학금이 인하되거나 불리하게 지급돼도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이공계 연구조교의 경우 업무 부담이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공계 대학원생 A씨는 “연구실 내에서 공공기관이나 외부 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무 강도가 외부 기업에서 하는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교직원들이 해야 하는 업무도 조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교의 업무를 맡는 대학원생의 경우 학업에 대한 부담과 학업과 관계없는 근로의 이중고를 지고 있다. 분명 근로를 하고 있지만 학생이라는 이유로 대학원생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은 물론 근로자로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원협은 대학원생 조교들이 근로자라는 지위를 인정받고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조교들은 노동조합이나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부당한 처우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다. 최저시급, 최대근로시간 제한, 휴일 보장과 같은 권리를 조교들에게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은 묵묵부답, 권리 대변 필요해

전원협은 각 정당에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제안했지만 정의당과 녹색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에서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각 정당의 청년정책에는 대학원생들이 처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내용은 없었고 청년들의 고충을 대변하겠다는 청년 후보자들조차 관련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일반대학원 염동규 학술부장은 “아직 대학원생의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아 대부분의 정당에서 거절한 것 같다.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가 없어 아쉽다. 정책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당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원총의 제안이 대학원과 고등교육 정책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사항이라 판단한다”며 국회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대학원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른 정당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의당의 20대 국회 의석 6개석 만으로는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정의당 김경용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 정당들이 대학원생에 관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입법과제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문제가 해당 의제를 국회 내에서 다루고 행정기관에서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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