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은 지난겨울방학 동안 독일 일대를 취재하며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난민 문제에 이어 뉴스탐사가 마지막으로 다룰 주제는 ‘도심 속 하천’이다. 동료 기자들이 독일의 문화재, 난민 등을 추적하고 있을 무렵,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홀로 울름· 뮌헨· 베를린의 강을 따라 걸었다. 강을 걸으며 독일인들은 아름다운 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우리의 강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해법을 고민해보았다.  -편집자주-

 
강은 과거부터 도시에 공급되는 하수의 양을 조절하고 운송로로 활용되는 등 다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도시개발자들은 강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댐을 건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등 강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시켜 왔다. 수년간 인위적으로 강을 변형해온 결과 홍수가 발생해 강이 범람하거나 악취, 수질 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복원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그중 독일 뮌헨은 하천복원사업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독일형 하천 복원의 시작

뮌헨을 관통하는 이자르강은 대도시 중심부를 흐름에도 불구하고 자연형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도이체스박물관부터 그로스헤세로 철교까지 이어진 8km는 여타 도심 속 하천의 모습과는 무척 대조됐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자갈과 모래가 쌓인 강바닥 위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강 중간중간에는 모래섬과 여울이 위치해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 한복판을 직선으로 가로지는 강과 달리 이자르강은 마치 시골 하천의 물줄기처럼 좁아지고 다시 넓어지며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자르강은 하천개발사업으로 인해 변형된 상태였다. 뮌헨을 흐르는 하천 전 구역이 콘크리트 바닥과 보 등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들로 통제됐다. 강은 생물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고 시민의 접근도 줄어들었다. 하천의 폭이 줄어듦에 따라 물이 범람하면 이자르강 주변 일대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이자르강이 도시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상황에 치닫자 독일 정부는 인공적인 하천 변형과 통제가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이자르강의 생태복원을 위한 ‘이자르 플랜’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5~10년에 걸친 계획과 사전사업평가가 선행된 후 11년에 걸쳐 강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불과 8km 구간에 대한 복원 공사이지만 10년의 기간과 약 525억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됐다.

▲ 모래섬과 자갈 위를 흐르는 이자르 강
‘강의 주인’이 되기까지

이자르 플랜 이후 강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자 범람 및 수질 문제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강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자 시민들도 다시 강을 찾기 시작했다. 뮌헨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이자르강 곳곳에서는 뮌헨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애완동물과 함께 이자르강을 따라 걷는 사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쌀쌀한 날씨에도 강에 몸을 담그고 헤엄치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이자르강의 물줄기는 도시공원으로도 흘러들었는데 좁은 급류를 이용해서 동네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강을 따라 걷는 내내 인공 둔치 혹은 인공적으로 정비된 산책로는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자르강은 어른들에게는 휴식터로,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이자 학습터로 여겨지며 주민들의 생활과 함께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다.

뮌헨 주민들은 이자르 플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하천복원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하천복원 사업을 직접 검토하고 평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자르 플랜에 관여해왔다. 녹색연합 임성희 연구원은 “1996년 이자르 플랜 준비위원회가 탄생했는데 시민 · 환경단체들이 정부 담당부서와 함께 재공사를 준비하고 추진하는 ‘열린 방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자르 플랜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복원 설계와 공사뿐 아니라 복원 이후 모니터링 과정까지 모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됐고 시민들의 활동은 이자르강의 복원 사업에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 강을 찾아 새에게 먹이를 주는 주민
▲ 이자르 강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모습
점점 퍼져나가는 독일식 강 살리기

이자르 플랜 이후 독일의 대도시 곳곳에서 강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울름을 지나는 도나우강 유역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판케천에서도 하천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염에 노출되기 쉬운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천복원사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었고 이 성과 또한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독일 울름의 동쪽으로 흐르는 도나우강은 현재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매우 큰면적의 습지와 동식물들의 서식공간을 조성하고 도시를 지나는 강변 10km를 자연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베를린에 위치한 판케천은 과거 각종 도시 폐수가 유입돼 ‘악취 판케’라 불릴 정도로 심한 악취를 풍겼다. 주민들의 불만과 수질악화로 복원 사업이 추진됐고 지난해 복원을 완료했다. 보를 제거하고 수생식물을 심는 등 생태복원을 거쳐 자연화된 판케천의 모습은 녹지와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도심을 흐르던 강은 대규모 공원, 호수를 지나 다시 마을로 흘러들었다.

이처럼 독일의 각 도시에서 하천복원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환경적인 정책을 실시하도록 예산을 지원한 독일 환경부서 및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광주과학기술원 우효섭 교수은 “독일의 하천복원 사업의 성과는 산재해있던 문제를 해결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복원 과정에서 생태계의 모습을 되찾고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하천복원 사업은 강 복원 사업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천복원사업을 앞두고 있는 수많은 국가의 연구진들이 이자르강을 찾고있다. 이자르강이 수십년 동안 복원기간을 거쳐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다른 국가에서도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모습으로 강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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