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화합, 상생, 협치란 단어는 마치 영원한 숙제 같다. 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요즘 같이 사회가 온갖 갈등으로 얼룩질수록 더욱 요원해지는 단어들이다.

숙제가 늘었다. 노래 한 곡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대로 합창하기로 결정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게 되면 해당 노래를 반대하는 단체들과의 갈등으로 국론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나뉘어져 제창 시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는 발언 이후 나온 입장이다.

과연 국가보훈처의 입장은 국론분열을 막고,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좋은 방안일까. 틀린 것을 덮어두고 가만있는 것을 화합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애당초 이번 문제는 찬반양론으로 부를 수 있는 문제조차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의 배경음으로 사용됐고, 임이 ‘김일성’을 뜻한다는 주장은 도리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극단적인 레드 콤플렉스이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아무 비판도 하지 못한다. 대신 적당히 눈치보고, 침묵할 뿐이다.

합창과 제창이 무슨 대수일까. 제창으로 지정해도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말고가 아니라 노래 한 곡에도 ‘종북’이라며 유난을 떠는 일이다.

국가보훈처가 합치와 제창을 저울질하며 협치의 변죽을 울리는 동안 노래 한 곡은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언제쯤 대한민국은 화합, 상생, 협치를 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