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수 커피하우스.
건물 초입에 우거진 나무, 마루에 놓인 방석, 그리고 커피향기. 대학로에 위치한 ‘전광수 커피하우스’는 본래 한옥이던 건물을 카페로 개조한 것이다. ‘커피’와 ‘한옥’은 이질적인 듯 하지만 전광수 커피하우스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전광수 커피하우스를 찾은 양수정(25) 씨는 “한옥의 매력을 잘 살린 공간이다.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가 넘쳐나는데, 이 카페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 더 눈길이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색다르게 변모한 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소다미술관에서 아이들이 스카이 샤워를 즐기고 있다.
톡톡 튀는 미술관, 소다미술관

“Here was 족욕탕”, “Here was 불가마”. 일반적인 미술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구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소다(SoDA)미술관 구석구석에는 이와 같은 문구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소다미술관이 들어선 자리는 본래 대형 찜질방이 있던 곳이다. 이곳은 본래 십수 년 동안의 재개발 사업으로 비워져 있던 건물이었다. 한때 찜질방이 있던 장소는 컨테이너 트럭의 야간 주차장이 돼버리기도, 인적이 드물어져 치안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병점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갈 수 있는 소다미술관에서는 이제 치안 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 소다미술관의 1층은 전시를 즐기는 관객 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손님 반으로 북적인다. 2층 옥상으로 올라가면 과거에 족욕탕, 불가마로 이용되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발을 담그거나 찜질을 했었을 이 공간은 자갈이 깔려있어 전시를 보다 올라가면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게 바뀌었다. 옥상에 방치됐던 컨테이너도 소규모 전시품들을 비치해 놓을 수 있게 탈바꿈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다미술관 외부에는 전시를 찾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본래 찜질방이었던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를 그대로 보존해 그네 등의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아이들이 유난히 몰려있는 곳은 ‘스카이 샤워’라는 장치가 있는 곳으로, 25도 이상인 날에는 2~4시 정각마다 스프링쿨러가 작동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투명 우산을 쓰고 뛰어놀기도 한다.

동탄에서 왔다는 이영미(47) 씨는 “미술관을 자주 찾는 편이다. 특히 소다미술관은 버려진 공간의 역사를 훼손하기보다 이색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택해 무척 재밌었다”며 “플리마켓이나 외부 조형물 등 다양한 놀이공간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다. 소다미술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권오찬(24) 씨 또한 “다른 미술관은 20살 이상의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 반면 소다미술관은 이런 관객들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많이 찾는다”며 “조형물 안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찍으며 즐거워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을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짓기보다 기존의 건물을 활용하는 사례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버려진 것에 새로운 쓰임새를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각광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업사이클링의 경향이 제품뿐 아니라 건물에도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 혜화우체국.
우체국의 변신, 혜화우체국

혜화우체국은 이와 같은 경향에 빠르게 발맞춰가고 있다. 이번해 1월 우정사업본부는 ‘라이브 포스트’ 사업의 일환으로 혜화우체국을 개조, 작고 오래된 우체국에 문화공간을 결합시키고자 했다. 혜화우체국 1층 한쪽 벽면에는 주변 예술극장이나 공연안내센터로 가는 길을 표시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벽면에 설치된 TV에서도 주변 연극·뮤지컬을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관련 포스터들도 옆에 마련된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혜화를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새롭게 탄생한 혜화우체국의 매력 때문일까. 혜화우체국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매우 많은 편이다. 이들은 창구 옆에 마련된 포스트 카페에 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손영심(65) 씨 또한 “기다리는 중에 음료수나 한 잔 할 겸 카페를 찾았다”며 “우체국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인데 이런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더욱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예지(20) 씨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좋다. 다만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보다 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혜화우체국 김현수 국장은 “혜화는 대학로가 위치한 장소다. 유서 깊은 문화가 혜화의 정체성인 셈”이라며 “우체국에서 소포·택배·금융 서비스만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방도 제공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문화 정보뿐 아니라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주민들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김 국장은 “기존 우체국보다 밝고 환한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들르는 사람도 생겼고, 이용객도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혜화우체국과 같은 라이브 포스트 우체국들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종로2가, 종로5가, 안국동, 신촌 등에도 이와 같이 색다른 기능이 덧붙여진 우체국들이 등장할 계획이다. 혜화우체국 포스트 카페를 운영하는 이헌우(34) 씨는 “지나가다 궁금해서 들어오는 손님도 있다. 점차 손님이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카페가 우체국 내부에 있어 외부에 잘 드러나기 어렵고, 홍보도 어려운 편”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처럼 혜화우체국은 아직 ‘우체국’과 ‘카페’의 조화가 아쉽다. 두 공간의 결합이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기존 공간과 인기 많은 새로운 공간을 결합시키기보다는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추억과 개성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혜화우체국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색다른 조합으로 톡톡 튀는 어떤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_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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