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부도 살인 사건’의 범죄 현장을 재연하는 피의자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공개됐습니다. 흔히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숨긴 채 사람들 앞에 나타났던 피의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사건은 함께 거주하는 직장동료였던 피해자를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약 10일에 걸쳐 시신을 토막내서 숨긴 끔찍한 범죄입니다. 이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 제8조 2항에 따라 얼굴이 공개된 것입니다. 특강법에는 수사기관이 잔인한 범죄에 한해 증거가 명백해 피의자가 범인이라고 판단된 경우 이름,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흉악범이지만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부모가 초등학생인 아들을 잔인하게 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훼손한 사건입니다. 잔인한 범죄로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지만 끝내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내린 이 결정에 대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경찰에서는 “범죄가 아동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며 “피의자에게 피해자 이외에도 자녀가 있어 공개될 경우 자녀가 입게 될 상처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는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다른 법에 비해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의 경우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피해자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피해 아동이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천 초등학생 토막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아동은 사망했습니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김희균 교수는 “아동학대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특강법과 충돌될 가능성이 높다. 잔인한 범행 수단으로 인한 아동학대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아동학대처벌법이 우선 적용되지 않도록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의자에게 사망한 피해자 이외의 자녀가 있을 경우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인하대 원혜욱 교수는 “특강법에 보완이 필요하지만 아동학대의 경우에는 남은 아동을 고려한 단서 조항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강법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특강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법원이 유죄로 판결하기 전까지 모든 피의자를 무죄로 추정하는 원칙입니다. 재판 이전에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경우 유죄로 판결받을 가능성이 높아 불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특강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합니다.

특강법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이 가진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한 공익의 목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인권을 제한합니다. 원혜욱 교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공익을 우선한다면 제한될 수 있는 예외가 있다”며 “신상공개가 특강법에 따라 피의자가 범인이라고 명백하게 판단된 경우를 전제로 이뤄진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반하는 것을 보다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특강법에 의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허일태 교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에 명시돼 있으며, 흉악범일지라도 헌법정신의 기초가 되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보장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반면 알 권리는 헌법상 명시된 기본권은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범인이 잡히지 않아 유사범죄를 행할 수 있는 불가피한 경우에 국한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강법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리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공익을 위해서 제정된 특강법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토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류송희 기자 dtp0214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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