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옥시 사건’ 5년 만에 사과하고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영국의 회사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때문에 103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옥시는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서도 이를 은폐한 것에 모자라 ‘인체에 안전하다’ 등의 문구로 제품을 광고했다. 수십,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건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옥시 제품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가 어떻게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까. 또한 다른 제품들로부터 우리는 안전할까?

계면살균제와 PHMG의 위험성

‘옥시 사태’의 주범은 살균제 원료로 쓰인 PHMG라는 물질이다. PHMG는 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이란 물질로 계면활성제 중 하나다. 계면활성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비누, 샴푸 등에 포함된 물질이다. 이는 기름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계면활성제는 어떻게 세정작용을 도울까? 분자들은 서로 비슷한 성질끼리 뭉치거나 섞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과 기름은 화학적으로 서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섞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기름때는 물로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계면활성제 물질에는 물과 친한 부분인 친수성과 친하지 않은 소수성 부분을 가지고 있다. 소수성을 가진 부분은 기름을 좋아하는 친유성의 특성을 띤다.

즉 계면활성제의 분자구조는 마치 콩나물의 머리와 꼬리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친수성인 머리부분과 친유성인 꼬리부분이 있다. 계면활성제를 포함한 세정제가 오염물질과 만나면 계면활성제의 두 부분은 각각 물과 기름과 섞인다. 이 과정은 물과 기름 사이의 경계를 약화시킨다. 쉽게 말하자면, 계면활성제라는 물질이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게 연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섞여진 물과 기름은 물로 헹궈져 오염물질 밖으로 나온다. 이러한 세정작용의 원리로 인해 계면활성제는 대부분의 세정제에 사용된다. 또한 계면활성제는 직접적인 살균작용을 하기도 한다.

오염물질의 세정작용을 도와주는 PHMG는 다른 물질에 비해 피부에 대한 독성이 10분의 1 정도로 적을 뿐 아니라 살균력 또한 뛰어나다. 또 물에 잘 녹고 낮은 농도에서도 효율적으로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옥시는 PHMG를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PHMG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어 섭취하거나 호흡기로 흡입할 경우 위험하다. 안전보건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이 물질에 대해 ‘삼키면 유해함’, ‘흡입하면 치명적임’이라고 유해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예방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PHMG는 인체에 어떻게 부정적으로 작용할까? 호흡기로 흡입된 PHMG는 기도의 끝에 있는 폐포에 도달해 그 독성으로 인한 폐손상을 유발한다. 손상으로부터 회복되지 않은 폐조직은 폐섬유화를 일으킨다. 폐섬유화란 정상 폐구조의 파괴로 말랑했던 폐조직이 딱딱해지는 것을 말한다. 딱딱해진 폐는 호흡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폐섬유화가 진행된 폐의 해당 부분과 그 주변은 정상적인 폐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 진행돼 폐섬유화의 범위가 확장될수록 점점 약화된 호흡기능 저하는 극단적인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실제 옥시 피해자들은 심각한 폐질환을 경험했다.

PHMG가 인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권순찬 교수는 “PHMG는 심장혈관의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 가짜 보드카에 사용되는 PHMG가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흡입시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PHMG가 호흡과 관련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으로 쓰인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가 공산품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PHMG는 원래 SK케미칼이 개발한 카펫 청소제품에 포함돼 공산품으로 분류된 성분이다. 이후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으로 분류했다. 공산품으로 분류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사전 안정성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후 옥시는 PHMG를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옥시는 아무런 검사를 받지 않고 PHMG가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던 것이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PHMG 성분을 호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일반적인 공산품이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가습기 살균제로는 다르다. 옥시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판매가 불가능하다. 미생물을 제거하는 살균제를 관리하고 규제하는 법인 ‘살생물제관리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제품을 출시, 유통하기 전 정부의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PHMG는 1998년 유해물질 보고서에 포함됐기 때문에 살생물제관리법을 통과할 수가 없었고 이로 인해 영국 본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할 수 없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PHMG와 PHMB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하자 다른 계면활성제 제품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대두됐다.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인 물티슈, 렌즈세척제에 PHMG와 비슷한 성분인 PHMB가 함유돼 있다는 정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PHMB와 PHMG는 비슷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성분에서 유래한다. 또한 유럽연합에서는 PHMB를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PHMB가 포함된 제품을 흡입할 경우 PHMG와 동일하게 폐손상 등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것은 PHMB 제품은 대부분 흡입할 가능성이 적은 제품군이라는 사실이다. PHMB가 피부접촉을 통해 감염될 확률은 높지 않다. 권순찬 교수는 “PHMB 제품들은 흡입의 가능성 보다는 피부와 눈에 닿을 가능성이 높아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흡입 시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PHMB가 포함된 물티슈, 렌즈세척제 등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다. 식약처의 관리를 받는 이 제품들은 꼼꼼한 사전검사를 거친 후 시제품으로 나온다. 권 교수는 “의심을 가지고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제품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무작정 안심하기는 이르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PHMG 또는 PHMB가 포함된 7개 제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탈취제 원료로 PHMG와 PHMB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발탈취제 등의 제품에 이 물질들이 포함돼 있었다. 탈취제는 특성상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탈취제를 사용할 때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항상 안전한 화학제품은 없다. 일련의 사태들을 바라봤을 때 제품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건을 사용하기 전 정확한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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