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인터뷰
무지개가 말을 걸다
박소은 기자  |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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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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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시대가 설립된 지 23년만에 처음으로 교내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인 계기는 무엇일까. 퀴어시대 회장과 남수민 학생인권국장에게 이번 축제 부스와 퀴어시대, 성 소수자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축제

축제 때 부스를 열게된 계기가 있나

남수민 학생인권국장(이하 남): 성 소수자, 비 성 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함께 거는 학교가 많다. 적극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학생인권국장의 임기를 시작한 시기가 늦어 입학식 때 현수막을 걸지 못했지만 대신 축제에 현수막도 걸고 부스를 열기로 했다. 마침 축제기간이 5월 17일 아이다호 데이와도 겹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퀴어시대 회장(이하 퀴): 축제 부스가 대학 구성원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특별한 활동을 기획하기보다 다른 부스처럼 악세사리를 판매하고 홍보 스티커를 나눠주는 행사를 준비했다. 평범한 부스지만 우리도 일상 속에 녹아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사실 퀴어시대 단독으로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스나 현수막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학에서 대신 부스와 현수막을 신청해 부담을 덜었다. 또한 총학에서 스텝을 모집해서 동아리 회원과 봉사자 간 구분 없이 일반 스텝처럼 섞일 수 있었다.

축제 부스는 성공적이었나

퀴: 너무 행복했다. 평소에는 퀴어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척 행동했다. 그런데 그 날만큼은 걱정 없이 인권 이야기를 하고 무지개를 온몸에 두르고 다니기도 했다. 판매할 물건을 만들면서 퀴어시대 사람들과 같이 보낸 시간도 좋았다. 평소에 이성애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친구들과 지내다 이번 부스를 통해 그런 편견에서 좀 벗어날 수 있어 자유로웠다. 아직 평가를 하긴 이르고 민망하지만 첫 단추를 잘 꿴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행복했다.

남: 걱정했던 혐오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별다른 문제없이 재미있게 부스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성 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많은 누구나 스텝으로 지원해 달라고 했는데, 전달이 잘 안된 것 같아 아쉬웠다. 부스에 방문한 학생들로부터 “스텝들이 다 퀴어시대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우리대학 성 소수자들의 존재를 알린 게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한다. 자신의 주변에도 성 소수자들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일상 속 차별 발언을 조심하지 않을까.

앞으로 무슨 활동을 할 것인가

퀴: 올해는 부스를 지킬 사람이 없어 하루 동안만 부스를 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이번 행사가 본보기가 돼 다음해부터는 더 많은 상품을 만들고 싶다. 부스를 이틀 정도로 더 길게 열고 싶다.

남: 학생인권국에서는 퀴어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교내에서 성 소수자를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퀴어시대

퀴어시대에서는 무슨 활동을 하나

퀴: 대학 동아리나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이제 막 처음으로 같은 성 소수자를 만나는 친구들이 많다. 그전까지는 공부하면서 소위 벽장 속에 숨어있거나 온라인에서만 친구를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에 있는 성 소수자들의 안전한 커뮤니티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은 친구를 소개해 주거나 타 대학과의 모임에 나가 회의를 함께 하는 편이다. 성 소수자끼리 친구를 사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인권활동이다. 각 대학에서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차별받는 경우가 있을 때 함께 성명서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 성 소수자모임연대 ‘큐브’와 함께 활동을 하는 편이다. 이외에도 관심있는 취미활동이나 스터디를 함께 하기도 한다.

동아리방도 따로 있나

퀴: 아니다. 동아리가 생긴 건 94년도지만 아직 중앙동아리는 아니다. 중앙동아리로 등록을 하려면 동아리 회원의 명단을 작성해야 하는데, 성 소수자의 특성상 명단 제출은 제2의 아웃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아리 내부에서도 명단 제출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성 소수자라 동아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시립대 성 소수자동아리 퀴어시대’나 트위터 ‘서울시립대 퀴어시대’ 계정으로 메시지를 주면 된다.

   
 
일상

혹시 일상 속에서 상처를 받은 적은 없나

퀴: 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주변에 성 소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 교수님이나 친구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없어 벌어지는 불편한 상황들에 적응이 된 듯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과에서 엠티를 갔을 때 장난 식으로 남남커플을 만들어놓고 웃는데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다. 진짜 그렇게 연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무차별적 혐오발언에 대한 생각은

퀴: 혐오발언을 하는 분들의 주장은 대부분 근거가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조건 귀를 막을 생각만 하기보다는 주장의 오류를 직시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에이즈라던가. 에이즈 감염자가 많으니 동성애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에이즈는 성 소수자들이 관계를 맺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보균자가 관계를 했을 때 퍼진다.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서로 얘기를 들어주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기운을 나게 하는 일은 없었나

퀴: 절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이성애자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도 있다.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는 성 소수자를 비판하다보니 그 사이에서 혼란을 많이 겪은 것 같더라.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독교인들이 퀴어 이슈에 대해 성경 구절을 통해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모임을 통해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과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혼란스러운 것들이나 궁금증을 다 풀었다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퀴: 막 성 정체성에 대해 깨달았던 때 ‘나는 왜 하필 성 소수자로 태어나서 남들은 하지 않는 고민을 하는 걸까?’라는 원망도 했었다. 내 성 정체성을 부정당하다 보니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도 얻었다. 또 나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날 때는 그런 아이들이 정체성을 부정 당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퀴어시대 활동이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고. 성 소수자로 태어난 나와 관련된 일이라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에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동성연애자’라고 했다. 동성애 자체를 마음이 이끄는 사랑이 아닌 취사선택 가능한 ‘연애’의 범주로 본 것이다. 이런 단어 하나를 바꾸는 데도 엄청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퀴어 문화축제도 갈수록 커지고 있고, 커지고 있는 만큼 맹목적인 혐오표현도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기 상태고,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면 좀 더 빠르게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리_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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