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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양성의 깃발을 꽂다
박소은 기자  |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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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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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중앙로에서 성 소수자 동아리 ‘퀴어시대’와 총학생회가 함께 부스 행사를 진행했다. 이 부스는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하 아이다호 데이)을 안내하고 성 소수자에 대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기획됐다. 아이다호 데이는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대학 공식 행사에 처음으로 나선 퀴어시대 학생들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총학생회에서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전례없는 이번 부스에 참여한 기자가 현장 분위기를 전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축제 둘째 날 11시, 설레는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을 안고 자원봉사 스텝 자격으로 레인보우 부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여름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부스 아래 그늘진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땀이 흘렀다. 더운 날씨도 날씨지만, 혹시나 성 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폭언을 퍼붓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부스 시작 전 받은 안내문에서도 돌발 상황이나 혐오범죄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자원봉사단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부스에 준비된 판매용 상품과 아이다호 안내 포스터, 스티커만 만지작거렸다. ‘성 소수자 모임 퀴어시대 X 총학생회 시:원’이라는 현수막 밑에 앉아있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고 지나가는 학생도 있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부스로 다가왔다. 성 소수자를 대변하는 무지개로 디자인한 초커와 팔찌는 부스를 시작한 지 한시간만에 동이 났다. 나머지 상품들도 날개 돋친 듯 팔렸고 한시부터 진행된 페이스페인팅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부스를 몇 번이고 찾아오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였다. 스텝들은 아이다호 안내 포스터와 스티커를 부지런히 부스를 찾은 학생들의 손에 쥐어줬다.

   
▲ 레인보우 부스를 찾은 학생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퀴어시대와 총학이 자체 제작한 약 300개의 스티커는 금새 사라졌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멈춰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는 학생들의 옷에, 가방에, 핸드폰에 붙여졌다. 눈에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책상 아래 등 보이지 않는 곳에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성 소수자가 꼭 눈에 보이는 곳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음을 상기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어떤 손님은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금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해 묻기도 했다. 다음해 축제에 걸릴 퀴어시대의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 쓰일 거라 설명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실 팔찌 두 개를 사갔다. 동덕여대 성 소수자 모임 ‘코튼캔디’의 회장도 트위터에서 부스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고무줄 팔찌와 홍보물을 한 움큼 가져갔다.

기자의 핸드폰에도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퀴어시대 부스에 앉아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음날에도 부스가 열리냐는 것이었다. 퀴어시대 부스를 하루만 운영한다는 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메시지가 연달아 날아왔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던 마음이 부스를 떠날 때쯤 뿌듯함 반 아쉬움 반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발자국 떨어져 부스를 바라보니 레인보우 부스는 다른 부스들 사이에 이질감 없이 어울려 있었다. 내년에는 퀴어시대 학생들이 얼마나 더 우리 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기대를 안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글_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사진_ 윤진호 기자 jhyoon20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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