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에도 대학원생 권리장전 도입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


우리대학에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30일 도입됐다. 2014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전국 13개 대학원생 총학생회에서 제정한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많은 대학들에서 도입하고 있다. 우리대학에도 대학원생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고 대학원생이 겪을 부당한 처우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이하 권리장전)을 도입했다. 하지만 권리장전에 명시된 내용들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명시되지 않은 근로시간

권리장전에 따르면 대학원생 연구조교의 근로시간을 명시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권리장전 제2장 8조에는 ‘조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학원생이 학습조교, 연구조교, 연구과제 연구원 등으로 학문적·육체적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명확한 근로시간, 근로내용, 임금기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준수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현재 우리대학 연구조교의 근로시간이 명시된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대학 이공계열 대학원생은 주로 연구실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다. 연구조교 대학원생 A씨는 “구체적인 시간은 정해지지 않은 채 맡겨진 업무에 맞춰 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업무가 많아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낸다. 평일에 약 12시간을 일하고 주말, 공휴일에도 연구실에 거의 매일 나오는 편이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근로시간이 지정돼 있더라도 이를 초과해 근무하기도 한다. 이때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구조교 대학원생 B씨는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기로 예정했지만 사실상 평균 22시에 퇴근하며, 주말에도 하루는 근무를 하고 있다. B씨는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적다”고 말했다.

권리장전의 내용을 지키기 위해선 연구조교의 근로시간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엄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 측은 연구조교의 근로시간을 명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광수 대학원장은 “우리대학은 연구조교를 근로자로 보고 인건비를 지급하지만 많은 연구실에서 근로시간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은 연구과제를 하면서 논문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얻는다. 연구조교는 근로와 학업·논문 관련 개인 업무 사이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환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조교는 논문과 관련 없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연구과제를 선택할 권한은 대개 교수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조교로 인한 업무가 많아 실질적으로 본인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B씨는 현재 3개의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지만 그 중 한 개만 본인 논문과 관련이 있다. B씨는 “내 실험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연구조교 업무가 많아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잘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한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이한 전원협)에서는 연구조교로서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근로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원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강태경 학생회장은 “연구도 노동에 해당한다. 연구과제를 위한 연구조교의 모든 활동은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근로로 보고, 근로시간에 따른 적절한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며 “연구의 성격에 따라 명확한 출퇴근 시간을 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매월, 학기별 단위로 근로시간을 지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입될 계획 없는 평가항목

권리장전 제2장 6조에서는 학위논문의 심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학원생의 연구결과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항목에 따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강태경 학생회장은 “학파의 입장 차이, 교수들 사이의 권력관계, 개인적인 감정 등이 논문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논문이 평가 절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본 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우리대학의 대다수 학부·과에서는 논문 심사를 할 때 적용하는 평가항목이 없다. 이에 대해 유광수 대학원장은 “연구의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평가항목을 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평가항목에 있는 내용들은 평가에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기본적 전제인 항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된다면 평가항목을 반영하는 것을 고려할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권리보호, 지원 필요해

권리장전의 도입으로 우리대학 대학원생들의 권리가 향상될지는 의문이다. 권리장전의 내용들을 앞으로 지켜나가기 위한 대학 측의 고민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C씨는 “우리대학 권리장전은 대학원생들의 권리를 단순히 열거할 뿐 학교가 수행해야할 의무를 포함하지 하지 않아, 서류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특히 우리대학은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없어 대학원생들의 불만이나 의견이 반영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대학원생 자치기구가 활성화돼있지 않고 교내의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소외돼있다. 학교에서는 대학원생을 보호할 수 있는 보다 강제적인 수단이나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류송희 기자 dtp0214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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