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망사고와 강남역 살인사건을 매개로 비정규직문제, 여성혐오와 같은 의제들이 사회 전역으로 퍼졌다. 두 사건 이후 추모는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넘어서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외침으로 이어졌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이들의 절박한 외침이 또 다른 비극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반복되는 사고, 답습되는 문제들 

시민들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있는 내용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불평등 문제다. 강남역, 구의역에서 사망한 두명의 피해자들은 불평등한 사회 권력구조 속에서 하층부에 속한 계층이었다.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전의 사건들이 재조명 받고,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고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구의역 사고 이전에는 강남역과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안전노동자들의 사망사건이 있었으나 경영진의 부실한 대처로 사고해결은 방치됐다. 이후 기존 사회구조 속에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용당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엄격한 대처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강남역 사건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들은 일상속에서 대수롭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추모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번 사건은 한 정신병자로 인한 사건이 아니며 사회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강남역 추모를 위한 현장에 나와있던 임유신 씨는 “이번 사건이 단순이 몇몇 개인의 정신병, 도덕, 의식, 문화의 문제는 아니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 권력의 문제”라며 “기존 권력의 문제를 유지하려는 사회를 향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외쳤다. 

사건의 ‘본질’ 놓친 정책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의 죽음에 추모의 물결이 뜨거웠던 어느날 새누리당에서는 급하게 대책을 발표했다. 심재철 국회의원이 강남역 살인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중화장실의 남녀분리를 추진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경찰은 정신질환자를 행정입원 조치를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남녀화장실 분리, 정신질환자 격리 등의 방안은 강남역 사건에서 드러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정책들은 특정한 보호장치를 통해서 여성을 보호하는 방법을 통해 여성과 위험상황을 분리시키려 했다. 이 법안에 대해 도시인문학연구소 이현재 교수는 “위 정책은 여성들을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각인시킨다”며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젠더 권력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역 사건 이후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개별적 가해자와 여성들을 엄격하게 분리를 해달라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대상화되는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구의역 사고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한 업무를 맡도록 하는 외주화문제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문제가 지적받았다.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구의역 사고를 막겠다며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내용은 위험업무를 수행하는 일부 업종에 대해 파견근로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범위가 지극히 협소하여 산업 현장 곳곳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까지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받고 있다. 청년유니온 전진희 노동상담팀장은 “구의역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그러나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서울메트로 내부의 문제만 지적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목소리 중요, 당사자 발언 주목해야

현재 추모 현장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지적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 전진희 노동상담 팀장은 “구의역 사건의 진상규명과 해결책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청년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기존과 같은 문제들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단기적이고 실효성 없는 정책이 아닌 본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같은 처지에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추모현장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현재 교수는 “두 사건의 추모 현장에는 이번 사건 당사자들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포스트잇에는 문제들을 알아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기존 사회 내부의 불평등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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