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가장 억울했을 사람, 아니 생선이 있다. 고등어다. 고등어는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괴담과 같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래서 고등어 논란이 시작된 원인을 알아보는 청문회를 마련했다. 오늘 청문회의 증인은 바로 고등어. 고등어는 이 사건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Q. 증인은 지난 몇 주간 무슨 일을 겪었나?
고등어(이하 고): 지난 몇 주간 기묘한 경험을 했어요. 바로 환경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문제의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가정에서 요리를 할 때, 특히 저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다량 배출되니 실내 환기에 유의하라는 것이었어요. 당시 환경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언론들은 환경부를 비판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사용했어요. 환경부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저를 지목했다고 말이죠. 미세먼지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환경부가 이제는 애꿎은 ‘고등어’ 탓만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어디에도 제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내용은 없었어요.

Q.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증인은 환경부를 비판한 기사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물론 환경부는 미세먼지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어요. 언론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점을 비판해야겠죠. 그렇다면 저는 언론의 대의를 위해 이용된 건가요? 환경부의 대책을 비판한 기사에는 꼭 제가 등장했어요. 무능한 환경부를 효과적으로 강조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결과적으로 저를 이용한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고,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것만으로 괜찮다면 저도 할 말은 없네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정 사실은 왜곡됐습니다. 정말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걸까요.

Q. 그렇다면 증인은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언론의 힘은 무엇을 주목할지 결정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요. 언론은 그 중 꼭 주목해야할 사건을 고릅니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세부적인 사항들이 적당히 생략되고,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사실들이 조합되기도 합니다. 더 효과적으로 주목하기 위해서요.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뉴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거에요. 언론이 ‘어떻게’ 주목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몇 없죠. 그 피해자가 비단 저뿐일까요?


김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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