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의 변

어느덧 마지막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첫 기사부터 마지막 기사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자로 활동하는 내내 따뜻하고 훈훈한 사건보다 갈등과 억울함, 부조리를 다루는 기사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학생으로서 학교는 평화로운 배움터였지만 기자로서 학교는 흡사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왜 별 일 아닌 것을 갖고 문제를 삼나”, “좋은 일도 많은데 왜 안 좋은 소식을 굳이 기사로 쓰냐”는 질문부터 취재현장에 출입을 제지당하는 일도 겪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불편한 사건들을 취재하고 사건을 들춰내는 기자들은 항상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여기저기 현장을 헤집고 들쑤시고 다니며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더라도 기사에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는 기사에 그치지 않고 기사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욕심이 많아질수록 부담도 늘었지만 더 만족스러운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때때로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호의적이지 않은 취재원을 탓하며 부끄러운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취재 과정에서 겪는 불편한 감정들에 익숙해졌고 저 자신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사건사고들을 취재해나가는 상황이 점점 즐거워졌고 보람찬 사건들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기사로 쓰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남겨둔 채 신문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이제 기자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사건현장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신문을 만들어갈 후배들을 응원하겠습니다.    

 

서울시립대신문사 제57대 부국장 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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