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막연하게 느껴지는 대상일 수도 있다. 기자에게는 공중전화란 어릴 적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았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대상이다. 몇 백원의 동전을 넣고 친구들 집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도구였다. 하지만 누구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공중전화는 점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공중전화 이용자 수가 줄어듬과 동시에 공중전화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탈바꿈하고 있는 공중전화 편의 시설 추가해 다양하게 이용돼

이러한 공중전화가 최근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률은 110%를 상회한다. 하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공중전화를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공중전화는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줘야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중전화사업을 담당하는 KT Linkus는 공중전화에 생활 편의시설을 추가했다. 쓸모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공중전화에 존재가치가 생기게 된 것이다.
버려지는 공중전화부스에는 위급상황에 대비한 응급기가 설치되거나, ATM 기능이 추가된 멀티부스, 위험상황에 대비한 안심부스 등이 설치되고 있다. 새로운 기능을 공중전화부스에 접목시키거나 부스를 개조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직접 공중전화부스를 찾아가 보았다.

▲ 안심부스와 함께 이용되는 공중전화
인사동 안심부스, 이제 안심하고 등.하교 해요

가장 처음 나타난 형태는 안심부스다. 공중전화 안심부스는 공중전화기능과 더불어, 위험 시 부스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사이렌이 울리는 동시에 자동으로 문이 잠기고 CCTV 녹화가 될 뿐더러 경찰에 신고까지 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안심부스를 찾아서 기자는 인사동을 다녀왔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 인사동 한가운데 위치한 풍문여고 앞에는 안심부스가 학생들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풍문여고 앞 안심부스는 큰 의미가 있다. 풍문여고 앞 안심부스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안심부스가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풍문여고 앞 1호 안심부스를 시작으로 현재 안심부스는 서울 16개를 포함해 전국에 모두 160개가 설치돼 있다.

인사동거리를 걸으며 이곳에 있는 수많은 인파 속 학생들의 안전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풍문여고 정문 앞에 도착하니 한 쪽에 위치한 안심부스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안심부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보이지가 않았다. 실제로 풍문여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안심부스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심지어 안심부스가 존재하는 사실도 잘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혹시 모르는 위험을 대비한 안심부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다.

▲ 풍문여고 앞 안심부스
▲ 영등포구 전기차 충전소
영등포구 전기차 충전소, 멀리 가지 않아도 집에서도 충전완료

전기차 충전기를 구경하기 위해 영등포에 다녀왔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기 위해 영등포구 아파트단지를 배회하다 전기차 충전선을 발견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색달랐다. 안심부스가 공중전화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시켰다면 전기차 충전소는 공중전화부스에 특수성을 잘 활용하며 이를 개조한 경우이다. 실제로 공중전화부스 천장에 태양열 발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또한 기존에 공중전화부스의 전기선과 통신선이 태양열발전기에서 만든 전기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전기차 충전소가 아파트 단지내에 있으니 충전을 하러 멀리 가지 않고도 자유롭게 충전을 할 수 있어 편리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전기차 충전소 옆에는 충전을 원하는 전기차를 위한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기도 했다. 태양열을 이용한 충전이라 충전하는데 6시간이 걸리지만 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전기차 차주는 충전을 시켜놓고 집에 들어가 다른 일을 하는 듯 했다. 인터뷰를 요청을 위해 기다렸지만 차주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 작은 도서관과 기증함
왕십리역 광장 작은도서관, 어차피 광장에선 독서지

우리대학과 멀지 않은 왕십리역 광장에도 공중전화부스의 새로운 모습이 있다.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광장 한 가운데 위치한 작은도서관은 공중전화부스에 부스만 남겨둔 채 전혀 다른 기능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스 안에 선반을 마련하여 책을 비치해 두었다. 책을 대출하거나 읽기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도 필요없다. 누구나 광장에 놀러와서 작은도서관에 보관된 책을 읽을 수 있다. 집에서 읽지 않는 책을 옆에 있는 기증함을 통해 기증할 수도 있다. 기증함은 우체통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공중전화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작은 도서관에는 주로 어린이를 위한 책이 보관돼있었다. 마장동에 사는 박미영 씨는 “아이들과 광장에 놀러와 자주 책을 읽고 있다. 집에서 읽지 않는 책이 있으면 가져다 놓기도 한다. 아이들과 본인 모두 자유롭게 광장의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행당동에 사는 박준영 씨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서 도서관을 만드는 발상이 좋은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소유와 재공유의 가치로 공중전화 바라봐야 할 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되던 공중전화에는 일상과 가깝고도 유용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며 변화하고 있다. 자칫하면 버려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도시인문학연구소 이양숙 교수는 “하나의 공간이자 장소인 장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을 한다면 그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버려지는 공중전화를 재소유하고 재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다 버려진 공중전화부스가 있다면 주의 깊게 변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눈여겨보자. 곧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테니까.


 글·사진_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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