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청년 김 군이 숨졌다. 청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애도하고자 구의역을 찾았다. 노동자가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고는 강남역, 성수역에 이어 세 번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현장을 찾아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서울메트로에 있다”며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세번째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경력 7개월차 수리노동자 김 군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기 위해 홀로 구의역으로 향했다. 규정상 신고 이후 1시간 이내에 출동해 24시간 내로 수리를 완료해야 했고, 구의역 수리 뒤에도 2건의 수리가 밀려있었다. 2인 1조로 열차를 수리해야 한다는 업무지침이 있었지만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김 군은 홀로 현장에 투입됐다. 김 군은 열차가 운행 중인 시간에 수리 작업을 하던 중 달려오는 열차와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그동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서울시의 대책은 효력이 없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과거 사건들이 재조명 받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의 업무부담과 일방적인 업무지침이 갖는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서울메트로는 업무지침을 지킬 수 없었던 이유를 노동자 개인 부주의 탓으로 책임을 돌려왔다”고 비판했다.

문제 덮고 방치한 하청업체

‘서울메트로가 하청업체에게 스크린도어 설치와 정비를 맡기면서 생긴 부작용들이 죽음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메트로는 공공기관의 적자 경영을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 수리용역을 외주화했고 해당 업체들은 저비용으로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인력을 줄여왔다. 서울시 지하철의 1∼4호선 구간은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인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컴이 관리하고 있다. 반면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김 군은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인 은성PSD의 도급직 노동자였다.

은성PSD에 소속된 도급직 노동자는 1인당 4~5개 역을 담당해서 수리하고 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고장이 잦지만 인력은 모자랐다. 서울지하철노조 오선근 안전위원은 “연간 1만 5천 건 정도의 고장이 발생할 정도로 스크린도어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 고장이 잦은 것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2인 1조로로 작업하라는 업무지침을 지키면서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은성PSD의 노동자들은 서울메트로와 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문제제기가 상당히 어렵고 문제가 있더라도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안전문 수리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하청업체의 문제가 은폐되는 구조를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관리를 직영화하고 수리 인력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에 만연한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라며 “경영합리화,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외주화를 조장하는 정부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뒤늦게 지하철 수리업무를 직영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가개선, 노동환경의 문제도 해결해야

지하철 수리업무 직영화 이후에도 문제가 완전히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규직 노동자가 수리를 하고 서울메트로가 직접 스크린도어를 관리 하더라도 사고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영화 이후에도 경영평가와 함께 불합리한 업무지침 등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지하철 5~8호선의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업무지침과 어긋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수리 중에는 열차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업무지침이 있지만 중단시키지 않고 수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열차를 세웠을 때 생기는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지연되면 장애 발생건수가 기록에 남고 이에 따라서 경영평가가 달라진다. 권오훈 서울도시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수리를 하면서 지하철에 충돌할 뻔한 적이 3번 가량 있었다. 선로 밑으로 들어가서 고장을 수리하던 당시 열차와 부딪힐 뻔 했지만 그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즉각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경영문화도 변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권 위원장은 “스크린도어를 직접 고쳐본 노동자가 함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이나 관리인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도 사건을 고발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본부 교통정책과장은 “이번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사업장 내에서는 노사공동 안전회 운영, 정규직과 자회사 비정규직 모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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