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카페. 모두 일상에 가깝지만 쉽게 어울리지는 않는 두 단어다. 그렇기에 ‘노동자마을문화복합공간 카페봄봄(이하 봄봄)’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노동자와 카페는 어떤 방식으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을까. 답을 찾기 위해 봄봄에 찾아갔다.

영등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정면에 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원룸촌과 고시텔 일대가 펼쳐진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빽빽한 원룸촌 가운데 어색하게 위치한 봄봄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 봄봄에 들어가자 사무실에 있던 카페 매니저가 맞아준다. “모임 있으세요?”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 말에 카페 매니저는 편히 쉬다 가라는 말과 함께 다시 본인 업무에 집중한다. 주문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는 여느 카페들과는 다르다. 카페보다는 쉼터나 마을회관 같은 편안한 분위기다.

봄봄에는 5명의 매니저가 있다. 최근 구의역 사고로 인해 5명의 매니저가 하루씩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있다. 짐을 내려놓고 봄봄 내부를 둘러보려 하자 때마침 시위를 마치고 들어온 최지원 매니저가 보인다. 최 매니저는 3년 전으로 돌아가 봄봄의 시작을 말하기 시작했다. 서울노동광장의 사무실로 이 공간을 사용하던 매니저들은 의문을 느꼈다고 한다. ‘노동과 일상은 왜 이렇게 멀까?’,‘모두의 삶에는 노동이 들어있는데 노동자라는 단어는 왜 이리 극단의 이미지를 가질까?’ 일상에서 멀어진 노동의 이미지를 일상속에 풀어내자는 목표로 봄봄은 첫 발을 내딛었다.

▲ 매니저와 회원, 주민들이 함께한 카페봄봄 2주년 행사
최 매니저는 “카페 매니저들은 공간관리만 한다”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두 회원들의 자유이다. 우리가 회원들을 위해 뭔가를 하기 보다 회원들 스스로 참여해야 노동이 일상에 젖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봄봄을 둘러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일상 속에 녹여진 노동의 흔적들이 보였다. 회원들이 직접 만든 된장과 고추장, 발모팩 등 여러 수제품들이 카페 한 켠의 판매대에 즐비해있었다. 봄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소소한 노동의 결과물을 판매할 수 있다. 한 쪽 벽에는 회원들이 찍은 사진들과 직접 그린 미술품들이 전시돼 있기도 했다. 회원들은 직접 가르치고, 만들고, 전시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의 공간에 녹아든 노동을 경험할 수 있다.

선반에 게시된 후원신청서에 대해 물어보자 최 매니저는 “봄봄의 회원들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만원을 카페에 후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봄봄은 회원들의 후원금과 카페수익금, 서울시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그렇기에 봄봄에는 주인이 없고 매니저와 이용객만 존재할 뿐이다. 이용객이 곧 주인이 되기에 모든 이용객은 주도적으로 봄봄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편안한 분위기의 인터뷰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노동을 일상에 녹이기 위한 장소인 봄봄이 쉼터나 마을회관의 분위기를 풍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 매니저는  “노동을 하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노동에 치여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노동에 치여 살다보니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터놓을 사람도 없는 현실이다. 봄봄을 그런 부담을 덜 수 있는 공간, 즐겁게 노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해줬다.

봄봄의 다음 관심사는 노동교육이다. 봄봄의 매니저들은 봄봄에서 활동하기 전 이 곳에서 노동교육활동을 했다. 그 중 노동과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봄봄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노동자 인권에 대한 교육사업을 준비 중이라 얘기했다. 매니저들은 시골에서 따온 매실 한 박스를 다듬으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노동 속에서 노동을 생각하는 그들. 일상에 파고든 노동의 모습을 뒤로하고 봄봄을 나섰다.


글_ 이재윤 수습기자 ebuuni321@uos.ac.kr
사진_ 카페 봄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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