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남는 공간에 청년 상인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31일 전통시장에 청년상인 집합 상가인 ‘청년몰’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16곳을 선정해 청년상인 집합 상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침체된 시장을 살리면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 청춘1번가 2기의 개업 잔치
시장에 불어온 청년몰 바람

‘청년몰’은 본래 전주의 남부시장에 형성된 청년상인 집합 상가의 명칭이다.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 기업 ‘이음’의 주도 하에 조성됐다. 전통시장인 남부시장 내부 2층에 자리한 청년몰에는 현재 30개 이상의 청년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음식점, 술집, 공방 등 다양한 품목을 청년들만의 감성과 개성으로 표현해 전주의 한옥마을과 더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명소가 됐다. 청년몰이 남부시장의 문화 관광지로 자리 잡자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몰을 벤치마킹 한 정책을 시행하거나 계획했다.

서울시 역시 여러 전통시장과 지하상가에 청년가게들을 유치해왔다. 종로4가 지하상가의 ‘종로4가 청년가게’와 신설동 풍물시장의 ‘청춘1번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종로4가 지하상가는 100개 이상의 혼수 및 금은방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상가다. 2013년 청년허브의 주도로 청년 상인들이 임대료 지원을 받고 이곳에 입점하게 됐다. 신설동 풍물시장에도 서울시 주도로 2015년 ‘청춘1번가’라는 이름으로 청년 가게가 형성됐다. 풍물시장이 옛 물품들을 판매하는 특수한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청춘1번가는 60, 70년대를 연상시키는 테마존으로 공간을 꾸몄다. 청년허브와 서울풍물시장 사업단의 권영식 사업단장은 입을 모아 “젊은 상인들을 시장에 유입시켜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청년몰과 달리 두 사업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허브의 지원을 받아 입점한 박주영(40) 씨는 “워낙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이 안에서는 사실상 수익을 바랄 수 없다. 가게를 주로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물시장의 청춘1번가 사업 역시 초기 진행상의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청춘1번가에는 지난달 28일부터 ‘서울풍물시장활성화 사업단(이하 풍물시장 사업단) 2기’가 모집한 ‘청춘1번가 2기’ 청년 상인들이 입주해있다. 하지만 ‘풍물시장 사업단 1기’가 있었던 당시에 모집된 ‘청춘1번가 1기’ 청년 상인들은 계약 기간을 채우기도 전에 풍물시장을 떠나갔다. 또한 1기 청년 상인들은 재계약을 거부해 풍물시장 사업단 2기는 청년 상인들을 모두 새로 선발해야 했다.

▲ 종로4가 지하상가에 위치한 가게들의 모습
청년 상인 선발, 고려없이 이뤄져

두 시장에서는 청년 상인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청춘1번가 1기 청년 상인들은 하나둘씩 가게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풍물시장은 평일에 매출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 청춘1번가에 청년 상인들을 입점 시킨 풍물시장 사업단 1기는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영식 사업단장은 “청춘1번가에 입주했던 1기 청년 상인들은 풍물시장에서는 수입이 나지 않는다며 재계약을 거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풍물시장 사업단 2기는 청춘1번가의 평일 수입이 저조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청년 상인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춘1번가 2기 청년상인 대다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부족한 수입을 일정부분 충당하고 있었다.

청년 허브는 시장을 활성화 하고자 하는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청년 상인들을 선발했는지 의문이다. 청년 허브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획했던 청년 상인들 간 교류와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청년 허브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앞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할 여러 프로그램을 논의하고자 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참여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종로4가 청년가게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지원(37) 씨는 “각자의 일로 바쁜 와중에 회의에 참여해도 크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반면 사회적 기업 이음은 청년몰을 구성하기 이전의 4, 5년 동안 사전 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청년 상인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관광지로 육성하고자 했다. 청년 상인 간 교류의 필요성과 공동체적 성격이 강조됐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 문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공간을 견학하며 약 6개월 동안 청년몰의 컨셉, 판매 상품 등에 대해 함께 고민 하는 과정을 거쳤다. 일주일에 한 번씩 청년 상인들끼리의 회의를 진행해 진행할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청년 상인들 간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던 배경에 대해 전북문화관광재단 구혜경 팀장은 “청년몰에 입점할 청년들을 모집할 때 공동 사업들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강조했다. 실제로 문화 활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주로 입주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몰은 입점을 희망하는 청년 상인들이 문화적으로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할 수 있는 사전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단순한 상업 활동을 넘어선 문화적인 요소를 갖춘 청년 상인을 육성하고 이에 적합한 상인을 선발한 것이 청년몰이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다.

구혜경 팀장은 “정부, 지자체에서 최근 전통시장 내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은 시장의 특성,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접근한다. 성공 사례를 그 시장에 맞게 변용,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갈 길 먼 청년 상인 지원책

각 시장들이 각자의 문화를 형성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풍물시장에 입점한 청년 상인 임하나 씨는 청춘1번가에 대해 “테마존으로 꾸민 것은 좋은데 전체적인 규모가 작다”고 협소한 공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방문하는 손님들은 테마존으로 형성한 공간을 지금보다 더 크게 형성해야 발길을 끌 것 같다는 말을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종로4가 지하상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100개가 넘는 가게 중 청년가게는 2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원래 비어있던 상점에 청년 상인들을 입점 시키다 보니, 청년가게들은 기존 상인들의 가게 틈에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어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람들을 이끌만한 요소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풍물시장의 기존 상인 A씨는 “청춘1번가에서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구경할 만한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청년 상인들의 판매 상품이나 꾸며놓은 테마존은 구경할 것이 많지는 않다”며 현재 전시된 품목에 대한 부족함을 지적했다.

종로4가 지하상가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던 상권이 혼수 및 귀금속을 취급하는 상점인 반면, 청년 가게들은 주로 공방 형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허브 관계자 이세빈 씨는 “청년 상인들을 선정할 당시 각 상인들의 품목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혼수라는 것에 아이템을 맞추기에는 혼수에 특화된 청년들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 창업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청년 상인 지원책. 이에 따라 형성된 시장들은 각각의 문제를 갖고 있다. 시장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청년만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각 지자체와 상인들은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류송희 기자 dtp02142@uos.ac.kr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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